이란 '악의 축' 복귀하나…트럼프 테러지원국 지목·맹비난

입력 2017-05-22 10:33   수정 2017-05-22 10:38

이란 '악의 축' 복귀하나…트럼프 테러지원국 지목·맹비난

"선과 악의 싸움·이란 고립시켜야"…아들 부시정부 때와 유사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이란이 대선에서 친서방 개방정책을 기조로 하는 중도·개혁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연임을 선택한 이튿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따라 양국 관계가 미국의 공세와 압박에 이란이 정면으로 대응하며 대치했던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담' 기조연설에서 극단주의와 테러리즘 척결을 강조하며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테러전은 "선과 악의 싸움"이라면서 이란은 "종파 갈등과 테러의 불길"을 부채질하고, "파괴와 혼돈을 확산"하는 무장 조직에 돈과 무기,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란은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미국에 죽음을 가져오고, 이 방에 있는 많은 지도자와 국가를 파멸시키겠다고 맹세하면서 대량학살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란이 평화의 동반자로 나올 때까지 양심적인 모든 나라는 이란을 고립하는 데 협력하면서 이란 국민이 정의로운 정부를 가질 날을 위해 기도하자"고 촉구했다.




이란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조지 W. 부시 전 정부 시절을 연상케 한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2년 1월 연두교서에서 이란을 북한,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라고 처음 지목하고 임기 내내 이란과 대치했다. 이란이 '미사일과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고, 테러를 수출하는 나라'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그 이듬해부터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이 본격화했다. 200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이 수상하며,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안전보장협정의 조건을 이행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란은 역사상 가장 친서방·개혁적이라고 평가되는 모하마드 하타미 정권이었다.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자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적성국 미국과 핵협상을 타결한 중도·개혁파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2002년 악의 축 국면과 유사하다.

2005년 대선에서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탄생한 배경이 미국 정부의 강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미이란계미국인위원회'(NIAC) 트리타 파르시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이란인들이 세계를 향한 개방과 대화에 압도적으로 표를 던진 바로 그 시점에 트럼프는 주먹을 꽉 쥐고 이란의 고립을 촉구하는 것으로 응답했다"고 비판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진정한 선거를 치른 이란이 민주주의와 근대화의 수호자라는 미국 대통령에게 공격받았다"며 "사우디의 투자에 감사하다는 말은 (미국의) 외교정책인가. 아니면 단순히 사우디에서 4천800억 달러라는 단물을 빨아먹은 것인가"라고 조롱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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