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물질 지렁이' 사냥에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파괴돼

입력 2017-05-22 11:35  

'항생물질 지렁이' 사냥에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파괴돼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한약재로 쓰이는 지렁이를 잡으려는 밀렵꾼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이 곳곳에서 파괴되고 있다고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에 위치한 구눙 게데 팡랑오 국립공원에선 최근 20헥타르(20만㎡)에 달하는 숲이 훼손된 사실이 확인됐다.

구눙 게데 팡랑오 국립공원의 아디손 원장 권한대행은 "작년 9월 첫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결과 걸어서 8시간 거리인 공원 중심부 곳곳이 훼손돼 있었다"고 말했다.

현지인들이 '까찡 소나리'(Cacing Sonari)라고 부르는 페레티마 무지카(Pheretima Musica)란 대형 지렁이를 잡으려는 밀렵꾼들이 무차별적으로 나무를 잘라낸 결과다.

다 자라면 길이가 수십㎝에 이르는 페레티마 무지카는 유체일 때는 나무줄기에 붙어살다가 덩치가 커지면 30㎝ 깊이 땅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밀렵꾼들은 나무 밑동을 잘라 쓰러뜨린 뒤 아직 덜 자란 지렁이들을 집어내는 수법을 썼다.

이렇게 잡은 지렁이들은 현지 시장에서 10마리당 5만 루피아(약 4천200원)에 팔리며, 내장을 제거하고 말리는 등 가공할 경우 1㎏당 500만 루피아(약 42만원)까지 가격이 높아진다.

인도네시아에는 티푸스나 열병 치료를 위해 대형 지렁이를 이용하는 민간요법이 존재한다. 실제로 페레티마 무지카의 체내에는 항생물질이 들어 있으며 한약재로도 쓰인다.

다만 구눙 게데 팡랑오 국립공원의 사례처럼 대규모로 자연을 훼손하는 이들은 일본과 중국 등지로 팔아넘길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디손 권한대행은 "이 지렁이는 주로 일본과 중국으로 수출되며, 한약재로 쓰이거나 천산갑 등 희귀동물의 사료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지난달 지렁이를 잡으려고 구눙 게데 팡랑오 국립공원을 훼손한 혐의로 치안주르 출신의 현지인 디딘(48)을 체포했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디딘은 최장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현지 경찰은 디딘과 함께 숲을 파괴한 공범들의 행방을 쫓고 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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