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실업팀 감독들에 선수들 스카우트 비용 등 1억여원 가로채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를 탈락하게 하고 다른 선수를 출전시키는 등 '선발비리'를 벌인 전 볼링 국가대표 감독이 구속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를 뽑는 평가전에서 선수 2명을 출전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2명의 선수를 출전하게 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전 볼링 국가대표 감독 강모(64)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2010년 2∼5월 같은해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한 평가전에서 선수들의 보고서를 조작해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제출해 이들을 출전하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평가전(70점) 점수와 지도자(30점) 점수를 합산해 총 6명을 뽑는 국가대표 선발절차에서 강씨가 1,3위로 뽑힌 선수들에게 지도자 점수를 0점을 부여해 이들 선수는 7,8위로 떨어졌고, 대신 7,8위였던 선수 2명이 5,6위로 선발됐다.
강씨는 이에 대해 "당시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1,3위로 뽑혔던 선수는 이후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해 국제대회에 한 차례도 나가지 못했지만 7,8위에서 5,6위로 올라간 선수들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군면제, 연금 등 혜택을 받았다.
강씨는 또 선수들의 이적까지 좌우하며 실업팀 감독 등으로부터 돈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9년간 국가대표 감독을 하고 볼링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볼링계 대통령'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그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실업팀의 청탁을 받아 강제로 이적할 팀을 지정해 주고 선수들에게 지급된 스카우트비를 가로채는 등 선수·선수 부모·실업팀 감독들 8명으로부터 4천850만원을 가로챘다.
또 국가대표 감독직을 떠난 뒤인 2012년부터 2016년에도 선수, 실업팀 감독, 선수 부모 등에게 전화를 걸어 "생활비가 없는데 빌려주면 바로 갚겠다"고 거짓말해 24명으로부터 8천여만원을 가로챘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앞으로의 볼링선수 생활이 걱정돼 감독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서 이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김후균 부장검사)는 이달 19일 강씨를 구속기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볼링계에서 말로만 무성했던 선발비리가 밝혀졌다"며 "앞으로도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금품을 상습적으로 갈취하는 사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rch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