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박주호 '못뛰더라도 정신적 지주 역할'
롱볼 패스 대신 점유율 높이는 '패스 축구' 도전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울리 슈틸리케 축구 대표팀 감독은 카타르(6월 14일 오전 4시·카타르 도하)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을 앞두고 24명의 선수를 발표하면서 '베테랑의 경험'과 공격진의 '멀티플레이 능력'에 방점을 뒀다.
슈틸리케 감독은 22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6월 8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이라크와 평가전 및 6월 14일 카타르와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에 나설 태극전사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 선수들의 발탁과 더불어 롱볼 위주가 아닌 짧은 패스를 통한 공격전개를 위해 최전방에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들을 골랐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를 위해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A매치 75경기)과 박주호(토르트문트·A매치 31경기)를 선택했다.
둘은 최근 소속팀에서 사실상 제대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이 내세운 '소속팀 출전 우선'의 선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이들을 '와일드카드'라고 지칭하면서 선발했다. 경기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팀의 중심을 잡아줄 '형님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에 대해 "두 선수의 현재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과거의 경험을 참고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중국과 시리아전에서 일부 선수들이 경기에 대한 중압감과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대로 플레이를 못 한 부분이 있었다"라며 "두 명은 '와일드카드'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팀이 성숙해지고 정신적으로 강해지기 위해 합류시켰다"고 강조했다.
실제 경기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훈련하면서 팀의 중심이 돼 자칫 흔들릴 수 있는 후배들을 독려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이다.
여기에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플레이어 가운데 곽태휘(36·서울)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이근호(32·강원)도 2015년 1월 아시안컵 이후 2년 4개월 만에 뽑으면서 '경험치'를 통한 신구의 조화를 노렸다.
특히 이번에 뽑힌 24명의 선수 가운데 A매치 10경기 미만의 선수는 4명으로 지난 3월 시리아 및 중국전 명단(7명)과 비교하면 3명이나 줄었다.
이번 카타르전 승리가 최종예선 통과의 갈림길이 될 수 있는 만큼 슈틸리케 감독은 베테랑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승리를 따내겠다는 공산이다.
더불어 그동안 원톱 스트라이커로 발탁됐던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을 제외한 것도 눈에 띈다.
대신 최전방 공격진을 좌우 측면은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와 원톱 스트라이커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자원을 선택했다.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향한 롱볼에 의존하지 않고 전방에서 공격수들의 유기적인 패스를 통한 돌파로 득점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원톱 자원으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황희찬(잘츠부르크), 이근호를 뽑은 가운데 이번 시즌 카타르 스타스리그 MVP에 뽑힌 남태희(레퀴야),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21골)을 작성한 손흥민, 부상에서 회복한 이재성(전북)까지 공격진에 포함했다.
이들의 특징은 전방 어느 포지션에서도 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근호는 측면과 중앙, 최전방을 넘나들고 지동원도 마찬가지다. 손흥민도 최전방과 측면을 모두 맡을 수 있다"라며 "이번 명단의 공격진은 멀티플레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롱볼 패스 대신 볼 점유율을 높여서 상대 골문까지 가야만 공격진에 득점 기회가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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