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하는 중국 작가 위화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친구들과 농담삼아 이야기하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면 첫 번째 목적지는 일본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중국, 그 다음이 아마 서울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은 너무 멀어서 어렵지 않을까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한 중국 작가 위화(余華·57)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남북한이 서로를 겨누고 있어도 결국 같은 민족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작고한 소설가 이문구 등 한국 지식인들과 교류하면서 얻은 나름의 결론이라고 했다. 북한체제가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와 비슷한 공포를 조성한다고 말하자 이문구는 "한민족은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위화는 최근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방문을 걱정하는 친구에게 "서울이 네가 있는 베이징보다 안전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며 웃었다.
'허삼관 매혈기'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위화는 모옌(莫言)·옌롄커(閻連科) 등과 함께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이날 간담회에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제정세를 놓고 주로 대화가 오갔다. 위화는 "사드 문제로 한중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든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양국관계가 발전적으로 전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는 위화는 "그때 이미 사드 문제가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치던 때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저에게 우호적으로 대해주고 있다"며 문학분야에서 양국 관계에 특별한 변화를 느끼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는 "동아시아 4개국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한중관계가 가장 안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다"며 "중일관계는 계속해서 복잡해질 것이고 한일관계 역시 역사적 문제 등으로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에 대해서는 "정상적 국가라고 보기 힘들다. 지금 태도에서 변화하지 않는다면 어느 나라도 정상적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풍자와 해학으로 현대 중국사회를 그려온 작가는 특유의 입담으로 중국 내 불평등 문제를 꼬집었다. 한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미세먼지에 중국도 책임이 있다는 견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중국이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중국에선 스모그뿐 아니라 수자원 오염과 식품 안전성 문제가 계속 대두되고 있습니다. 중국 고위관리들이 특수한 경로로 공급받는 물이나 먹거리는 그들과 큰 상관없는 문제에요. 중국 고위급 인사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음식을 먹습니다. 하지만 공기는 달라요. 민중들은 국가 지도자와 함께 오염된 공기를 마신다는 점에서 평등을 실감하고 있어요. 고위급 인사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중국 정부가 대기질 개선에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믿으셔도 됩니다."
작가는 중국 내 문학에 대한 검열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톈안먼(天安門) 사태 등을 언급하며 세태를 비판한 그의 산문집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국내에도 번역돼 나왔으나 정작 중국에서는 출간이 금지됐다. 작가는 "앞으로 제 소설도 중국에서 정상적으로 출간될지 자신하기 어렵다"며 "한국 출판사에는 좋은 소식일지도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1960년 태어나 문화대혁명 때 유년기를 보낸 위화는 "글쓰기를 하는 데 있어서 문혁의 정치·사회적 영향이 다른 세대보다 많이 부각되는 게 사실"이라며 "젊은 작가들은 유사한 소재로 쓰더라도 부모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작가는 서울국제문학포럼 첫째 날인 23일 '우리와 그들'을 주제로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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