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아름답고 멜랑콜리한 느낌의 한국 작품들을 읽긴 했지만 한국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작품은 접하지 못했어요. 고은 시인의 '만인보'를 읽으면서 내가 경험한 한국이 이 시에 들어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거칠고 에너지 넘치고 유머러스하고 사실적인, 제가 본 한국을 '만인보'에서 느꼈어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한 미국 시인 로버트 하스(76)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고은 시인의 연작시 '만인보'를 극찬하며 고은과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하스는 1980년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고은이 북을 치는 모습을 본 뒤 미국에 돌아가 고은의 작품을 찾아 읽으며 동아시아 전공 교수들에게 그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고은 시인이 감옥에 있을 때 정신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만난 모든 사람을 떠올렸고 그 사람들에 대한 시를 썼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엄청난 작업이라고 생각했죠."
현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석좌교수로 있는 하스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해 고은과 그의 작품을 알리기도 했다. 하스는 김혜순과 최정례 등 여성시인들 작품도 관심있게 읽고 있다고 전했다.
계관시인으로 2년간 활동한 하스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노래한 작품을 주로 쓴다. 1986년 한국을 처음 방문할 당시 시골풍경에서 아름다운 색감을 보고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부산과 대구, 광주 등을 돌아다니면서 산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느꼈다"며 "샌프란시스코라는 아름다운 도시에서 왔지만 한국은 경이로울만큼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하스는 2005년 '판문점, DMZ를 다녀와서'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경비탑 사이로/ 하얗게 북적대는 것/ 천사인가 결혼식인가?/ 그건 버드나무에 둥지 튼 왜가리들이었어." 남북분단 탓에 조성된 비무장지대가 오히려 멸종위기종 동식물을 살리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왜가리의 아름다운 움직임이 결혼을 앞둔 신부 같다고 생각했죠."
하스는 "한국은 시인이 많고 시를 사랑하는 나라지만 미국은 아니다"라며 "미국에선 번역본을 포함해 한해 1천300권 정도의 시집이 나오지만 대부분 시집은 500부에서 2천부 정도 팔린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민자로서 경험에 대한 시를 읽어야겠다는 관심이 생기지 않았을까 한다"며 "그런 이유로 미국에 한국문학 독자들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스는 23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셋째 날인 25일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것: 시와 시장에 대한 몇 가지 기록'을 주제로 발표한다. 23일 오후에는 고은 시인과 함께 단국대 천안캠퍼스를 찾아 시를 낭송하고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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