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효·김민희 주연…"최근작 중 가장 대중적"
(칸<프랑스>=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그의 최근작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다" , "지금까지 본 경쟁작 가운데 최고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의 신작 '그 후'가 22일(현지시간) 오후 칸의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공식 상영행사에서 세계 영화인들에 공개됐다.
홍 감독의 21번째 장편 영화인 '그 후'는 유부남 봉완(권해효)을 중심으로 봉완의 옛 애인 창숙(김새벽)과 봉완의 출판사에 처음 출근한 아름(김민희), 아름을 남편의 애인으로 착각한 봉완의 아내(조윤희)의 이야기를 다뤘다.
일상의 대화와 반복이라는 홍 감독 영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있으면서도, 유머는 한층 짙어졌고 인물 관계와 플롯은 훨씬 명확해졌다. 여기에 명쾌한 결말까지 담아내 관객과의 접점이 한층 넓어진 듯한 느낌이다.
영화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상영 내내 객석 곳곳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고, 영화가 끝난 뒤에는 4분간의 기립 박수가 나왔다. 홍 감독과 권해효, 김민희 등 주연 배우들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관객의 환호에 응답했다.
전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김민희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그 후'는 불륜남 봉완 역을 맡은 권해효를 중심축으로 극이 흘러간다.
봉완은 옛 애인을 잊지 못해 밤잠을 설친다. 이른 새벽에 출근하려는 그를 보고 아내는 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의심한다. 집에서 연서를 발견한 아내는 출판사로 쫓아오고, 아름을 남편의 내연녀로 오해한다. 회사에 처음 출근한 날부터 사장의 아내로부터 수차례 뺨 세례를 맞은 아름은 회사를 그만두려 하고 봉완은 그를 말린다.
그러던 차에 회사를 그만둔 봉완의 옛 애인이 다시 찾아와 출근하겠다고 말한다.
영화는 봉완 때문에 복잡하게 꼬인 세 명의 여인과 이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봉완에게 골고루 시선을 나눠주며 각자의 입장과 억울함을 대변한다.
영화는 대부분 등장인물 두 명의 대화로 전개된다.
봉완과 아름은 중국집 탁자 앞에 앉아 삶의 의미와 실체, 그리고 믿음에 관한 주제로 논쟁을 벌인다.
옛 애인 창숙은 봉완과 술을 마시며 둘의 관계를 집에 알리지 못하는 그를 향해 "비겁한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식탁을 사이에 두고 봉완과 마주 앉은 아내는 "다른 여자가 생겼냐"며 추궁한다.
봉완은 세 여자 사이에서 괴로워하면서도, 어느 것 하나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준다. 부하 직원인 아름에게 말을 편하게 하자면서도 '사장님'이라고 부를 것을 요구하는 등 속물적인 모습도 보인다.
영화는 대화 장면을 정면이 아니라 옆에서 롱테이크로 담는다. 이는 관객들이 이들의 대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이 작품은 지난 2월 한국에서 약 3주간 촬영됐으며, 홍 감독의 전작 '오!수정'(2000), '북촌방향'(2011)에 이어 흑백영화로 제작됐다. 봉완의 아내 역으로 권해효의 실제 부인인 연극배우 조윤희가 출연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력 영화 비평지 포지티브의 편집위원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 평론가인 위베르 니오그레는 시사회 이후 "판타스틱한 작품"이라며 "올해 칸영화제서 공개된 경쟁작 가운데 최고"라며 찬사를 보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번 작품에서 1960년대 프랑스를 주도했던 영화적 스타일을 볼 수 있었다"면서 "그러면서도 복잡하지 않은 구조와 혼란을 야기시키는 요소가 없어 영화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영화가 호평을 받음에 따라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극장전'(2005), '다른 나라에서'(2012)에 이어 이번에 4번째로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홍 감독이 본상 수상의 영예를 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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