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발상지·인터넷 산업단지서 대국…인공지능과 공존·화합도 모색
(우전<중국 저장성>=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커제(柯潔) 9단이 23일 중국 저장(浙江) 성 자싱(嘉興) 시 우전(烏鎭)에서 인간과 기계간 2라운드 대결을 치른다.
대국을 주관하는 구글 딥마인드와 중국바둑협회는 이날부터 27일까지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고 바둑고수와 알파고의 대결을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을 모색하게 된다.
대국장은 청나라 시대의 옛 마을(古鎭)을 복원해 명승지로 꾸며놓은 우전 관광구 외곽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의 2층 징항(景行)청에 차려졌다. 2014년부터 세계인터넷대회가 열린 곳이다.
특히 저장성은 중국 전설상의 바둑 발원지로 알려진 란커산(爛柯山)과 중국의 인공지능 선두주자인 알리바바를 거느린 지역으로 바둑과 인공지능의 접점을 찾는다는 생각에 택일된 곳으로 보인다.
알파고는 이날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 커제 9단과 첫 대국을 시작으로 격일로 25, 27일 세 차례에 걸쳐 일대일 대결을 치르며 서로의 한계와 창의력을 시험할 예정이다.
커 9단은 중국 바둑순위에서 20개월째 1위에 올라있는 기사로 세계 랭킹에서도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의 5차례 대국에서 4대 1로 압승했던 알파고가, 컴퓨터는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예측됐던 바둑 게임에서 또다시 인간에게 패배를 안길지 주목된다.
지난해 대국으로 프로 9단 타이틀을 부여받은 알파고는 그간 인간의 기보를 참고하지 않고 스스로 강화학습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알파고 2.0으로 거듭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작년에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도전하는 모양새였다면 이번에는 커제 9단이 알파고에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커제 9단은 세계 메이저대회 3관왕에 오른 현재 인류 최강의 바둑 기사로 1년여 전만 해도 알파고에 대한 승리를 호언장담했지만 강력해진 알파고 앞에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중국 바둑전문가들도 커 9단이 한판이라도 이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 차례의 대국에 걸린 우승상금은 150만 달러다.
26일 오전에는 알파고A와 구리(古力) 9단, 알파고B와 롄샤오(連笑) 9단이 복식조를 이뤄 상대와 대국을 펼치는 복식전이 펼쳐진다. 인간과 알파고가 번갈아 가며 바둑을 두는 방식으로 '함께 배운다'는 콘셉을 도입한 새로운 대전 방식이다.
이어 오후에는 천야오예(陳耀燁)·저우루이양(周睿羊)·미위팅(미昱廷), 스웨(時越)·탕웨이싱(唐위星) 등 9단 기사 5명이 상의하면서 단체로 알파고와 겨루는 상담기가 열린다. 알파고의 창의력을 테스트하면서 알파고가 인간의 서로 다른 바둑 스타일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된다.
구글은 이 새로운 형식의 바둑 대국을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을 참이다. 비약적으로 강력해진 알파고로 인해 승부 자체에 대한 열기가 다소 가라앉자 인간과 인공지능의 화합, 공조를 내세우기 위해 이 같은 형식의 대국을 창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 딥마인드는 첫 대국 다음 날인 24일에는 '인공지능의 미래'라는 주제로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실버 알파고 개발책임자 등이 참석하는 포럼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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