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대 연구진 "바이오필름·독소 형성 조절 가능"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화장실 타일 사이에 끼는 미끈한 바이오필름(Biofilm)이나 폐렴·식중독 등을 일으키는 독소는 세균이 내놓은 부산물이다. 세균은 화학물질을 '언어'로 삼아 '대화'하며 이런 부산물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세균이 쓰는 화학적인 의사소통 체계를 '쿼럼센싱'(Quorum Sensing)이라고 부른다.
최근 쿼럼센싱 체계를 이용해 세균의 행동을 조절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세균의 언어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을 설계·합성하고, 이를 이용해 바이오필름과 독소 형성을 막는 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 최신호(22일 자)에 실렸다.
세균은 주변에 있는 세균 수를 감지하고 신호물질을 만들어 낸다. 세균이 많이 모이면 이 신호물질의 농도가 증가하는데, 농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세균의 집단행동 유전자가 발현돼 바이오필름이나 독소를 만들어낸다.
논문의 1저자인 김민영 프린스턴대 연구원은 "사람이 세균의 '언어'를 이용한다면 바이오필름이나 독소를 만들지 못하게 '지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방식은 의료와 산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의 계기를 밝혔다.
연구진은 병원 내 감염을 일으키는 '주범'인 황색포도알균(Staphylococcus aureus)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전 연구에서 연구진은 이 세균이 'AIP'라는 신호물질로 의사소통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AIP의 농도가 증가하면 세균은 독소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AIP의 구조에서 힌트를 얻어 황색포도알균의 의사소통을 교란시킬 화학물질 2종(AIP-I·TrAIP-II)을 합성했다. 'AIP-I'을 코팅한 곳에서는 세균이 바이오필름을 만들지 않았고, TrAIP-II을 코팅한 경우에는 독소를 만들지 않았다. 코팅의 효과는 5주 이상 유지됐다.
연구진이 합성한 신호물질은 사람의 혈장에서도 제 기능을 발휘했으며 항생제 '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알균(MRSA)도 이 물질에 반응했다.
김민영 연구원은 "세균들의 행동을 실제 환경에서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며 "슈퍼박테리아를 비롯한 많은 세균성 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한편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이로운 물질의 합성을 촉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외과수술 도구나 요도 카테터, 인공심장 판막 등의 의료삽입기구의 표면에 코팅하면 의료기구 관련 감염 예방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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