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알파고-커제 대국 생중계도 차단
(우전<중국 저장성>=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커제(柯潔) 9단이 대결하는 행사장엔 구글과 유튜브 인터넷 사이트가 열리지 않았다.
대국 실황을 전 세계로 생중계하는 유튜브를 정작 대국 현장에서는 볼 수 없었다. 유튜브 접속이 차단된 중국 내 중계도 당초 동영상 사이트 유쿠(優酷) 등이 맡기로 했으나 중국 당국은 이마저 불허해 중국 바둑팬들의 실망감이 크다.
구글의 이번 행사는 바둑과 인공지능 대결에 대한 중국인의 높아진 관심을 매개로 중국 재진출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구글은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키워드 검색에 대한 검열을 중단하기로 한 2010년 중국 정부와 충돌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7년 만에 재진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구글이 중국 재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전 세계 검색 및 동영상 분야에서 지배적 위상을 차지하는 구글이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및 인터넷 서비스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중국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수가 10억 명이 넘는 상황에서 중국은 구글에 놓치기 힘든 기회다.
실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사용자 중 3분의 1이 중국에 있지만, 구글은 검색, 지메일, 앱스토어, 지도서비스 등이 모두 중국의 방화벽에 막혀 있다. 구글의 이런 딜레마를 만회하기 위한 방안은 중국 재진출밖에 없다.
구글은 이번 행사에 에릭 슈미트 회장까지 참석해 중국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슈미트 회장은 "1년 전 알파고가 전설적인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를 거둔 뒤 또다시 인공지능 분야의 중대한 시점을 직접 목격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국에서 궁극적인 문제는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학습하고 습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회장은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대결 때에는 중간에 참석해 얼굴을 비쳤다.
구글은 중국 현지에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를 개설하거나 검색이 가능한 학술 지식 데이타베이스인 '구글 스칼라'를 출범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재진출을 타진 중이다.
하지만 구글의 중국 재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중국 당국은 중국내에서 이뤄지는 이번 행사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이번 대결을 생중계할 것으로 알려졌던 중국중앙(CC)TV5 채널이 생중계를 취소했고 이에 따라 텅쉰(騰迅·텐센트) 산하의 예후(野狐)바둑망 등 중국 각 사이트도 중계를 취소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상의 대국 생중계 관련 소식 역시 삭제됐다.
현지에서 대국 해설을 맡은 김성용 9단도 "축제 같았던 작년 이세돌 9단과의 대결 때와는 달리 뭔가 가라앉아 있고 중국 측의 비우호적 분위기가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던 구글 직원들의 숙소와 이동 문제에서도 중국 당국은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관심이 많은 인공지능, 그리고 세계 최대의 팬을 거느리고 있는 바둑을 매개로 중국에 접근하려 했던 구글의 의도가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서 구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