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진화' 알파고, 단체전서는 '파격' 보일까

입력 2017-05-24 08:46  

'안정적 진화' 알파고, 단체전서는 '파격' 보일까

그나마 인간 승리 확률 높은 '상담기'에 관심 집중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는 23일 '바둑의 미래 서밋' 3번기 1국에서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에게 완승을 거뒀다.

인간이 받는 충격은 1년 전보다는 덜하다. 지난해 3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눌렀을 때 이미 사람들은 알파고의 높은 바둑 실력을 알게 됐다.

또 이번 커제 9단을 상대로 알파고는 혁신적인 수를 내놓기보다는 차분한 수로 대국을 지배했다는 평을 받았다.

대국이 열린 중국 우전 현지에서 대국을 관전한 김성용 9단은 "올해 알파고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깔끔해졌다', '군더더기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이 흘렀다'이다"라고 평했다.

아직 커제 9단과 두 차례 대국이 남아있지만, 1국에서 보여준 알파고의 특징은 프로그램이 안정화된 2017년형 버전의 특징일 수도 있다.

알파고는 이번 행사에서 새로운 부문에 도전한다.

바로 단체바둑이다.

알파고는 오는 26일 구리 9단·롄샤오 8단과 페어바둑을, 스웨·천야오예·미위팅·탕웨이싱·저우루이양 9단과 상담기를 둔다.

페어바둑은 '구리 9단-알파고' 팀과 '렌샤오 8단-알파고' 팀의 대결로 열린다. 인간과 알파고가 번갈아 가면서 돌을 두면서 상대편과 싸우는 형식이다.

상담기는 스웨·천야오예·미위팅·탕웨이싱·저우루이양 9단이 한 팀을 이뤄 알파고에 맞서는 방식이다. 5명 모두 세계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정상급 기사다.

페어바둑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씩, 상담기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30분에 1분 초읽기 3회씩이다.




프로기사들은 이들 단체전이 '그저 이벤트성 대국일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번에도 알파고가 '고정관념'과 '예상'을 뛰어넘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는 "이들은 팀으로 함께 바둑을 두면서 알파고의 창의력을 테스트하고, 알파고가 여러 사람의 각기 다른 바둑 스타일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체전에서 알파고의 새롭고 혁신적인 모습을 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다.

이 가운데 바둑계는 상담기에 더 주목한다. 상담기는 인간이 알파고를 이길 가능성이 그나마 있는 분야라고 본다.

목진석 9단은 "상담기는 팀워크가 생명이다. 5명의 기사 간 팀워크가 잘 맞는다면 좋은 내용의 바둑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제 9단은 알파고와 일 대 일 대국을 할 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홀로 최강 바둑 기계에 맞선다는 부담이 크게 작용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담기에 임하는 기사들은 커제 9단보다는 긴장을 덜 느껴 제 실력을 좀 더 발휘할 수 있다.

다만 목 9단은 "기량은 모두 출중하다. 그러나 사공이 너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페어바둑은 파트너가 서로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가 핵심이다. 알파고가 인간과 어떻게 호흡을 맞추는지 지켜보는 것이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다.

목 9단은 "이번 1국에서 알파고는 작년보다 엄청나게 달라졌거나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이번 대국은 오히려 인간이 알파고에 도전하는 상황이다. 승부보다는 내용에 더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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