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은 재단 설립·강제모금·대기업 뇌물·비밀 누설·블랙리스트 등
朴, 전날 18개 혐의 모두 부인…檢 "실체 입증 최선" vs 辯 "증거 대라"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592억원대 뇌물 수수·요구·약속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식 재판이 본격 시작하면서 유·무죄를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단의 대격돌이 시작됐다. 당장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은 18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에 검찰은 매일이라도 재판을 열어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검찰이 기소한 내용으로 본 재판 쟁점은 크게 ▲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출연금 강제모금 ▲ 개별기업을 상대로 한 광고발주·직원채용·계약체결 등 과정에서 직권남용·강요 ▲ 삼성·롯데·SK 관련 뇌물 수수 및 요구 ▲ 공무상 비밀 누설 ▲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블랙리스트' 관리 등이다.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 수첩, 대통령 말씀자료 등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물증과 다수 관련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혐의를 입증할 방침이다. 전날 재판에서도 "사건의 실체가 명명백백히 알려지도록 입증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철저한 공소유지로 국정농단 사태의 '몸통'인 박 전 대통령의 유죄를 받아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수사 단계부터 첫 재판까지 18가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 향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핵심 쟁점은 우선 삼성 등 대기업들과 연관된 뇌물 수수·요구 혐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3차례 단독 면담을 거치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삼성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독대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질책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청탁을 들어준 게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다.
박 전 대통령은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드느냐"면서 검찰 조사에서 뇌물 혐의 적용에 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나 SK 측에서 사업 현안 관련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수십억원의 추가 출연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에도 "기업들에서 어떤 청탁도 받지 않았고, 지원을 부탁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히 공범으로 적시된 최씨에 대해 '그런 일을 벌였는지 몰랐다'며 속았다는 입장이다.
대기업들을 압박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내게 했다는 직권남용·강요 혐의도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로 이뤄진 일로, 전경련 주도로 설립된다고 해서 정부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도와주라고한 것뿐'이라는 취지로 부인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지시해 블랙리스트를 작성·운영하게 한 혐의도 줄곧 "그런 리스트를 만들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문화계에서 소위 '좌파'로 분류된 이들만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아 이를 바로잡으려 했다는 입장이다.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역시 "최씨에게 연설문 표현 문구에 대한 의견을 물은 적은 있지만, 인사 자료 등을 최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들의 신빙성도 유죄 입증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전날 재판에서 "증거 상당수가 전문진술(傳聞陳述·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내용을 말한 것)이고 유도 신문에 기초한 진술이 많다. 진술만 갖고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며 "인적 진술이 아닌, 물적·객관적 증거로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서류증거뿐 아니라 증인들의 법정 진술을 두고도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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