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발생한 대형테러 여파로 서방을 중심으로 한 극단주의 테러와의 전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테러와의 전쟁은 민간에서 발생하는 자생테러 억제와 군대가 극단주의 테러집단을 제거하려고 펼치고 있는 거점 타격 등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일단 민간 사회에서 대테러 전쟁은 극단주의 세력의 선동을 억제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그에 따라 자생 테러리스트들의 주요 포섭 루트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가 견제를 받고 있다.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무장세력은 소셜미디어에 직접 선전·홍보 게시물을 퍼뜨리고 있다.
흔히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양산하고 더 적극적인 추종자들에게는 원격조종에 가까운 테러수행 지시를 내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실태 때문에 최근 미국에서는 테러 피해자 가족이 페이스북과 구글, 트위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가 IS 선전물이 자유롭게 유포되고 조직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물질적 지원'을 한 만큼 테러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게 그들의 판단이었다.
물론 소셜미디어들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민간 차원의 극단주의 퇴치전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문제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차단해 일부 효과도 거뒀다.
트위터는 12만5천건 이상의 IS 추종 계정을 차단했다. 그 결과 트위터에서 테러에 동조하는 게시물이 대폭 완화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텔레그램은 폭력을 선전하는 메시지 채널을 차단해 오고 있고, 페이스북도 폭력적인 영상 등의 게시물을 막기 위해 연내 3천여명을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부문에서 속도를 내는 테러와의 전쟁에는 대중의 참여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보안을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테러리스트들이 다른 기법을 찾아내고 선동을 막는 데도 한계가 있는 까닭에 시민들의 일상적 감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벨기에 브뤼셀 공항테러, 영국 런던 의사당 차량돌진, 이번 맨체스터 콘서트 테러 등이 이런 한계를 노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보 전문가인 프레드 플레이츠는 미국 '더 힐' 기고문에서 이런 점을 지적하며 '보면 말하세요(See something, say something)' 캠페인이 테러 감지·예방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중 참여가 더 큰 효과를 내려면 특히 무슬림 사회의 자발적 협조가 절실하다는 촉구도 쏟아지고 있다.
이라크 모술, 시리아 락까와 같은 IS의 거점에서 펼쳐지는 극단주의 격퇴전은 최근 그 방향이 섬멸전으로 뚜렷하게 바뀌었다.
모술, 락까의 탈환이 가까워지면서 거점을 탈출하는 조직원들이 늘어남에 따라 IS에서 왕성히 활동한 외국인 조직원들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은 자국 출신 조직원들의 귀국을 막기 위해 현지에서 뿌리를 뽑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등에 따르면 영국은 작년에 지난해 이라크에서 IS 지휘부 제거 등의 임무를 담당해온 영국 육군 특수부대 SAS(공수특전단)가 영국 국적으로 IS 등에서 활동한 200명가량의 '살생부' 명단을 건네받아 제거 임무에 나섰다.
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IS 근거지에서 조직원을 점차 줄어들게 하는 소모전에서 근거지를 포위해 말살하는 방식으로 전술을 전환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역시 외국인 조직원의 귀국을 막으려는 게 주목적이다.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중동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국 출신 지하디시트들을 섬멸하기 위한 데도 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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