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2형(성인) 당뇨병의 표준치료제인 메트포르민(metformin)의 효과는 장(腸) 박테리아 구성의 변화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외테보리(Gothenburg) 대학의 프레드릭 베케드 박사는 메트포르민을 복용하면 혈당을 떨어뜨릴 수 있는 특정 장 박테리아가 빠르게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새로 당뇨병 진단을 받은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과 쥐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베케드 박사는 밝혔다.
그의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메트포르민 또는 위약을 복용하게 하고 모두에게 저칼로리 식사를 하게 했다.
이와 함께 장내 세균총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메트포르민 그룹에서 장 박테리아 구성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아커만시아(akkermansia)와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이 급증했다.
시험관 실험 결과 이 두 장 박테리아는 메트포르민에 노출되자 빠르게 증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어 메트포르민이 투여된 환자의 분변을 채취해 2형 당뇨병 모델 쥐에 이식해 봤다.
그러자 세포가 혈액으로부터 포도당을 흡수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포도당 내성이 개선됐다.
그러나 메트포르민 투여가 시작되기 전 환자로부터 채취한 분변을 당뇨병 쥐에 이식했을 땐 이러한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결과는 메트포르민의 혈당 강하 효과가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특정 장 박테리아의 증식을 촉진하는 데서 오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베케드 박사는 설명했다.
메트포르민이 아니더라도 식습관 변화를 통해 아커만시아와 비피도박테리움의 증식을 촉진할 수 있다면 혈당 관리가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메트포르민의 작용은 원래 간에서 생산되고 분비되는 포도당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베케드 박사는 약물이 서서히 방출돼 간에는 아주 소량이 도달하게 되는 메트포르민 서방형(slow-release version)도 똑같은 혈당 강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러한 실험을 해 보게 됐다고 밝혔다.
인체는 약 30조 개의 세포와 39조 마리의 장내 세균총(microbiome)으로 이루어져 있다.
균형 잡힌 건강한 장내 세균총은 섭취된 음식을 분해해 에너지로 전환하고 감염을 막고 면역체계를 조절하고 비타민K, B12 같은 영양소를 만든다.
또 뇌에 신호를 보내 기분, 불안, 식욕을 조절하기도 한다.
따라서 장내 세균총의 균형이 깨지면 갖가지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작년엔 캘리포니아 공대 연구팀이 파킨슨병 증세가 장내 박테리아와 연관이 있다는 최초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장내 세균총의 구성은 부분적으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지만 식사, 음주, 운동 같은 생활습관과 약물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의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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