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연구팀, 쥐 실험서 유방암에 효과 확인…폐·대장·췌장암에도 일부 효과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인공적으로 변형시킨 홍역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됐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쿄(東京)대학 의과학연구소의 가이 에치코 교수 연구팀은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은 채 암세포만을 골라 공격하는 홍역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쥐실험에서 유방암에 효과가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폐암, 대장암, 췌장암에서도 일부 효과가 확인됐다고 한다.
의학계에서는 최근 세포를 공격해 죽이는 바이러스의 성질을 이용해 바이러스가 암세포만을 공격하게 하는 "종양 용해성 바이러스 요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유전자 조작 기술 발달로 암세포에만 감염되는 바이러스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가이 교수팀은 홍역 바이러스가 정상 세포와 유방암 세포에 감염되는 경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방암 세포의 경우 정상 세포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넥틴-4(Nectine-4)라는 단백질에 달라붙어 감염된다. 이에 착안, 정상 세포에 대한 감염경로를 차단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바이러스를 만들어 사람의 유방암 세포를 이식한 쥐에게 투여했다. 그러자 암세포의 증식이 억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한 원숭이에게도 투여했으나 홍역에 걸리지 않았으며 바이러스가 배출되지도 않았다.
쥐 실험에서 폐암과 대장암, 췌장암의 경우에도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이 교수는 "인간의 암 치료에 쓸 수 있는 품질의 바이러스를 만들어 안전성 평가를 받은 후 암 임상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개의 유방암 세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애완동물의 암 치료에 응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25일 오사카(大阪)시에서 열리는 암 국제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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