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95건 위법·부당 사항 적발
선정 기준 '제각각'…지원대상국 의사 무시한 채 지원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개발협력 4대 구상이 '주먹구구'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24일 공적개발원조(ODA)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95건의 위법·부당 사항 등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해외 14개국 88개 사업 현장을 직접 점검해 기관 간 협업에 문제가 있거나 사업 집행이 부실한 사례를 직접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등을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는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 ▲모두를 위한 안전한 삶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과학기술 혁신 ▲아프리카 직업기술교육 지원 사업 등 개발협력 4대 구상을 ODA 방향으로 설정하고 개발도상국에 5억1천6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후 정부는 261개 사업을 4대 구상을 위한 이행사업으로 선정하고, 2017년 예산 7천92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261개 이행사업 가운데 70.5%에 달하는 184개 사업(예산 6천270억 원)은 4대 구상을 발표하기 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고 선정 기준도 부처마다 제각각이었다.
일례로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지원 계획을 보면 외교부는 개발도상국 간호전문대학원 설립 등 56개 사업에 대해 소녀 친화적인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기획재정부는 베트남 하노이 약학대학 건립사업 등의 유사 사업을 이행사업으로 선정했다.
지원대상국의 요청이 없는데도 이행사업으로 선정해 사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두를 위한 안전한 삶' 구상의 추진 현황을 보면 정부는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A국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건립하기로 하고, 5천만 달러의 ODA 유상원조 예산을 책정했다.
이후 정부는 A국에 공문을 보내 지원 의사를 전달했지만, A국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당시 A국은 유상원조보다는 무상원조를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A국의 의사는 무시한 채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사원을 추진했지만, A국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해 실제 사업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감사원은 특히 국무조정실이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실무위원회 위원장과 간사 역할을 하는 주관기관인데도 사업 선정 책임을 외교부에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또 수출입은행이 지난 2013년 1월 B국에 종합병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외곽지역에 병원을 건립해 2016년 9월 현재 병상가동률이 3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당초 계획한 의사 정원은 180명이었지만. 현재 근무 인원은 28명에 불과하고, 26개 진료과목 가운데 13개 과만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수출입은행은 2014년 5월 C국에 공공하수도와 하수처리장을 만들었지만. 연결 관로가 없어 현재까지도 하수처리장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이카는 2012년 12월 D국 수도의 외곽지역에 식수공급 시설을 만들었지만, 월별 가동률이 3.5∼9.4%에 불과하고, 코이카가 2014년 6월 E국에 준공한 용수공급 시설의 경우 용수공급규모가 당초 계획의 1.3%에 불과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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