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대화국면 가긴 어려워…관여조건 미리 생각, 美와 역할분담"
"위안부 재협상 요구할지 결정안돼…역사문제 해결서 정부 역할은 보조적"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24일 임명된 김기정(61)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은 대북 관여(engagement)를 위해 필요한 '최소 조건'에 대해 "일단 북한이 더이상 도발을 하지 말아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 신임 차장은 이날 국가안보실 2차장 내정 소식이 알려진 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당장은 대화의 국면으로 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북 관여를 위해서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지금 당장 그리(대북 관여 쪽으로) 가자고 하면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게이지먼트(관여)에 관한 미국 입장도 있기 때문에 그 방법과 시기, 조건들을 우리가 미리 좀 생각을 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대북 관여와 관련한 한미 간의 '좋은 역할분담'이 '협력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남북 대화는 지금 당장 하겠다고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화) 조건을 어떤 방법으로 설정할 것인가는 우리 정부가 조심스럽게, 특히 미국과 정책 조정과 협의를 통해 조건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서도 "그것은 그 다음의 문제"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올 준비가 됐다는 것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판단하기 힘들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김 신임 차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재협상을 일본에 요구할 방침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정책리뷰(검토)의 기간"이라며 "인권과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우리의 정책검토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다만 그는 "역사 문제, (과거사에 따른) 상처 문제에 관한 것은 정부간 합의가 '슬픔은 이제 그만'이라고 하기에는 좀 불편한 데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외교적 타결을 통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꾀한 것이 불충분하다는 인식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역사문제를 (한일관계 트랙과 분리된) '트랙 2'로 놓자는 것"이라며 "역사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해결하는 방법에서 어쩌면 정부는 보조적인 역할일 수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서는 역시 '정책검토의 기간'이라며 법률적 과정과 국회의 역할, 국민적 합의를 어떻게 끌어낼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통령의 한반도에 관한 시대구상이 평화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시대비전이 좋은 정책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노력하겠다"며 향후 직무수행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오후에 갑자기 (신임 차장 임명 통보) 전화를 받았다"며 인사수석실에서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 신임 차장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핵심 브레인으로 활동했으며, 임명 전까지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인수위원회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 분과위원장을 맡아 왔다.
그는 안보실 2차장 임명 후 외교·안보 분과위원장에서 사임했으며, 분과위원이었던 이수훈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후임 위원장에 임명됐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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