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축사 6만190개 달해…작년 적법화사업 후에도 4.3%만 허가
영세 축산농, 이행강제금·측량비 등 비용 부담 커 적법화 꺼려
(전국종합=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해마다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이면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는 물감을 풀어놓은 듯 온통 녹색으로 뒤덮이는 녹조로 몸살을 앓는다.
부영양화에 따른 현상인데, 축산 분뇨가 '주범'으로 꼽힌다. 농경지나 하천 변에 방치된 축산 분뇨가 정화되지 않은 채 하천을 거쳐 호수로 유입되면서 녹조의 원인인 부영양화가 심해지는 탓이다.
축산 분뇨의 정화 처리가 시급하지만 소·돼지와 닭·오리를 키우는 전국의 축사 절반 이상이 정화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무허가 시설로 드러났다.
하천과 호수 오염의 주범이자 각종 전염병 발병의 근원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가축 축사가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환경오염 방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정화조를 갖추지 않거나 축사와 축사 사이에 엉성하게 벽을 쌓고 지붕을 올려 가축을 키우고, 축사 처마를 길게 늘여 벽을 쌓아 창고로 쓰는 농가가 많다.
이런 축사는 건축물 자체가 불법일 뿐만 아니라 가축 전염병 발생 때 체계적인 방역이 어렵고 분뇨가 하천·호수로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정부는 가축분뇨법에 따라 내년 3월부터 이런 불법 축사 사용을 중지시키거나 폐쇄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무허가 축사 폐쇄나 시설 보완을 통한 적법화에 소극적이고, 농민들 역시 비용 부담 때문에 불법 축사 양성화를 꺼려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방역에 힘을 쏟다 보니 무허가 축사 적법화 사업에 신경을 못 썼다는 게 지자체의 설명이다. 축산농가는 무허가 축사를 부수거나 새로 짓는데 드는 부수적인 비용이 너무 많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무허가 축사는 전국적으로 6만190곳에 달한다. 전국 축산농가의 51.2%를 차지한다.
정부는 작년 5월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 사업에 착수했다. 위법하게 지은 축사를 허물고 새로 허가를 받아 짓거나 시설을 보완해 허가를 받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적법화 붐을 조성하기 위한 유관기관 업무 협약이 체결되고 광역·기초자치단체 정책협의회가 열렸지만 정작 무허가 축사를 합법적인 축사로 전환한 농가는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무허가 축사를 합법화한 농가는 2천600곳, 전체의 4.3%에 불과했다.
농가가 지출해야 할 측량비 지원이나 수백만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 감액 등 이런저런 유인책을 마련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가축 사육이 많은 8개 도(道)의 적법화 비율은 경기가 9.6%로 가장 높고 전북 8.6%, 충남 6%, 경남 4.6%, 전남 4.1% 순이다.
충북과 경북은 각 2%, 강원은 1.7%로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친다.
충북도 관계자는 "구제역과 AI 방역, 담당 공무원의 잦은 인사이동 탓에 무허가 축사 적법화 사업에 관심을 쏟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축산농가의 불만도 크다.
무허가 축사를 적법화하려면 면적에 따라 다르기는 해도 수백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해야 한다. 무허가 면적을 확인하기 위한 측량비와 신축 설계비도 농가가 부담해야 한다.
무허가 축사 면적을 측량해 자진 신고하고 축산업 허가를 변경하기까지 행정적 절차도 복잡하다.
허가를 받는 데까지 4∼5개월은 족히 걸리고 축산농민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보니 이런 절차를 밟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기 일쑤다.
한 공무원은 "축산농민들이 '농촌에 가면 무허가 건물이 수두룩한데 소·돼지를 키우는 우리만 범법자 취급을 하느냐'며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는 환경 측면에서도 시급한 마무리해야 할 과제다.
건축법 위반이기도 하지만 무허가 축사는 정화되지 않은 분뇨를 하천과 호수로 흘려보내 수질과 토양 환경을 훼손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지난해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와 금강 상류 하천으로 폐수 등을 무단 방류해 적발된 환경법 위반 사례 88건 가운데 가축 분뇨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방류한 경우가 19건에 달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올해부터 2021년까지 114억원을 들여 대청호 제1지류인 소옥천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하수도 정비 및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조성 등 환경개선 인프라 확충이 종합대책의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정화시설을 갖추지 않은 축사의 가축 분뇨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채 방류된다면 이런 수질 개선 노력이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충북도 관계자는 "무허가 축사에서 흘러나오는 분뇨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농장 주변 하천·호수로 흘러들어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며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축사 관리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가 중요하다"며 "자치단체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축사 폐쇄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적법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측량비나 설계비 등을 지원, 농가가 적법한 축사를 갖추도록 유도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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