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미숙 박인영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 기조에 따라 석탄화력·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중단되거나 백지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기간 강조한 원자력 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또는 백지화 공약이 새 정부 취임 이후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전면중단과 공정률 10% 미만 건설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신규 원전 건설 전면중단과 건설 계획 백지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월성 1호기 폐쇄 등도 약속했다.
공약대로라면 공정률 10% 미만의 석탄화력 발전소인 당진에코파워 1·2호기, 강릉안인화력 1·2호기, 삼척화력 1·2호기는 사업 전면 재검토 가능성이 크다.
원전의 경우 현재 공사 중인 신고리 5·6호기와 착공 전인 신한울 3·4호기, 영덕천지 1·2호기의 백지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환경단체는 이미 원전 공사 중단을 강하고 요구하고 있고 지난 24일 진행된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새 정부의 원전 관련 정책 방향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면서 신규 원전 등 발전소 건설은 사실상 중단될 공산이 커졌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대형 건설사들이 주로 참여하는 플랜트 공사의 경우 석유화학 공장과 함께 사업 규모가 큰 원전이나 발전소 건설의 비중이 커 앞으로 사업이 축소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신고리 5·6호기를 건설 중인 삼성물산·두산중공업·한화건설 컨소시엄은 이르면 내달 공사 중단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이 사업의 기준 공정률은 약 28% 수준이다. 그러나 설계가 79%, 기자재 구매가 53% 이뤄졌고 실제 시공 공정률은 9%에 그쳐 공사가 올스톱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건설사들은 회사 매출과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공사에 참여하고 있던 인력을 당장 어디로 돌려야 할지도 골칫거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시공사의 귀책사유에 따른 공사 중단이 아닌 경우 계약 내용에 따라 그동안 진행된 공사의 기성금을 정산받거나 계약 파기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시공사가 받는 금전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공사 준공을 전제로 수립했던 사업 계획이 흐트러지면서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규 원전과 발전소 공사가 축소되며 수주 물량이 감소하는 것은 건설사 입장에서 더 곤혹스럽다.
지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규모 기반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추가로 발전소 건설마저 중단되면 국내 건설산업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대한건설협회 조준현 정책본부장은 "해외 수주가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국내 공공공사 발주 물량마저 감소해 건설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주택 등 건축공사에 편중된 경향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발전사업이 축소되면서 건설산업의 구조가 기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인력 수급도 문제다. 발전사업을 추진해온 인력의 재배치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신규 발주될 것으로 예상됐던 원전 수주를 위한 별도 준비팀이 마련돼 있었고, 조만간 공사가 끝나는 원전에서 나오는 인력도 있다"며 "앞으로 이들 전문 인력들을 어디로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원전 공사 인력을 다른 플랜트 사업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전문 기술직이 많다 보니 재배치가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국내 발전공사 수주가 막힌 이상 해외 사업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최근 해외 사업 수주가 녹록지 않은 데다 국내 원전 건설이 중단될 경우 해외 수주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원전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인데 앞으로 원전을 짓지 않으면 기술력이 사장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해외 수주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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