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급거 귀국…IS 추종 무장반군에 초강경 대응 경고
국민기본권 제한 과도한 조치 반발 예상…두테르테 철권통치 경계 목소리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4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이 확산하면 필리핀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테러 위협을 내세워 전국에 계엄령을 발동, 군사력을 치안 유지에 투입하고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면 야권과 인권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일정을 단축하고 이날 오후 귀국, 현지 언론들과의 기자회견을 통해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선포한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IS 추종하는 무장반군 마우테가 23일 민다나오 섬의 마라위 시에서 주요 시설물을 점거하고 성당, 학교 등을 불태우자 두테르테 대통령이 인구 2천만 명의 민다나오 섬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마라위 시에서는 정부군과 경찰 3명이 교전 과정에서 숨졌고 경찰서장이 마우테에 의해 참수됐다.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IS 위협이 계속되면 민다나오 섬과 가까운 중부 비사야스 섬은 물론 북부 루손 섬으로 계엄 지역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필리핀 전체에 계엄령을 발동한 것과 같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IS가 이미 루손 지역에 발판을 마련했고 테러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비사야스 지역에서 인신보호영장제도의 시행을 일시 중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신보호영장 제도는 법원이 피구금자의 석방을 명령할 수 있는 헌법상의 구제 수단이다. 이 제도의 효력이 중지되면 경찰이나 검찰이 범죄 용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 구금해도 사법부가 막지 못한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중에 "민다나오 섬 계엄령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시절의 계엄령과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나는 가혹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범 소탕을 위해서는 강력한 대응조치가 필요하고 국민의 기본권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
필리핀에서는 마우테 이외에 IS 추종 아부사야프 등 크고 작은 이슬람 무장반군들이 남부지역을 거점으로 납치와 테러를 일삼고 있다.
그러나 테러 위협이 현실화하지 않은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면 두테르테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철권통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무장반군의 마라위 시 공격을 놓고 민다나오 섬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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