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측 "재판부에 심증 형성…공소사실 탄핵할 내용도 공개해라"
檢 "시간 한정돼 검찰 입증 취지 설명하는 것"…재판부가 나서 중재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증거 조사가 시작된 25일 검찰과 변호인 측은 사사건건 부딪히며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재단 강제모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재판 기록을 증거 조사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 사건 관계자들이 법정에 나와 증언한 내용들을 검찰이 소개하며 의미를 설명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전경련 관계자들은 앞서 재판에 나와 안 전 수석을 통해 청와대가 재단 설립을 지시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증언들을 내놨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 같은 증언 내용들을 듣다가 발끈했다.
이상철 변호사는 "검찰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주신문 내용만 보여준다. 재판부의 심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문제제기했다.
유영하 변호사도 "지금 법정에 언론인이 많이 와 있는데 이렇게 하면 검찰의 일방 주장만 언론에 보도되고, 반대 신문 내용이나 탄핵 부분은 보도가 안 된다"고 가세했다.
유 변호사는 그러면서 재판부에 공판 기록 1권의 설명이 끝날 때마다 반대신문 부분을 현출해 의견을 밝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지금 내용은 대통령이 재단 설립이나 증액을 지시했다는 건데, 이승철 부회장 진술은 모두 안 전 수석에게서 들었다는 전문 진술"이라며 "일방적으로 사실 관계가 오도될 수 있어 바로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검찰 측 신문 내용만 현출시킨게 아니라 중요 내용이라 설명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검찰은 "여기에 현출된 내용들은 이 법정에서 나온 내용들로 단순히 검찰 주장을 말하는 게 아니다. 변호사들이 반대 신문한 중요 부분도 있다"고 반박했다.
유 변호사는 그러나 "반대신문의 중요한 것도 현출했다는데, 어떤 걸 현출한 것이냐. 강요죄를 탄핵할 만한 진술이 반대신문에 있는데 설명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따졌다.
검찰이 다시 "한정된 시간 내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해서 검찰 입증 취지를 설명드리는 것"이라고 맞받자 유 변호사는 "유죄 판결 확정 전에는 무죄가 대원칙이다. 재판은 시간에 쫓겨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맞섰다.
이상철 변호사도 "형사소송법상 조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하는 게 원칙이다. 반대 신문에서 반대로 나온 중요 부분도 언급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적법한 증거조사가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양측의 공방이 거세지자 재판장은 "낭독이 원칙이지만 요지만으로도 증거조사는 할 수 있다. 전부 낭독은 불가능할 것 같다"며 "피고인에게 유리한 부분은 검찰보다 변호인이 더 잘 알테니 이후 의견을 진술해달라"고 중재했다.
증인 신문 일정을 두고도 문제가 제기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삼성 뇌물 사건과 관련된 검찰의 진술증거, 즉 152명의 진술조서를 모두 증거 사용에 부동의했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는 이들을 모두 증인으로 불러 신문해야 한다.
이를 두고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없거나 단순한 실무자들 이야기라면 이들을 모두 불러 신문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지적하자 유 변호사는 "검찰이 공소사실과 관계없거나 실무적인 내용의 진술 조서까지 증거로 신청한 것"이라고 검찰에 책임을 떠넘겼다.
유 변호사는 "공소사실과 아무 상관이 없는 내용이면 오히려 검찰이 철회하면 된다. 그럼 우리가 부동의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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