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집행의 투명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온 특수활동비가 대대적으로 정비될 실마리가 마련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127억 중 42%에 해당하는 53억 원을 절감토록 지시하고 절감분은 청년 일자리 창출 및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토록 결정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지칭하며, 특정업무경비는 수사ㆍ감사ㆍ예산ㆍ조사 등 특정업무의 수행에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특수활동비는 성격상 현금으로 지급되고 사후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눈먼 돈'으로 지목되기도 했으며 비리와 연결될 소지도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청와대가 전격적으로 특수활동비 자진 삭감을 결정하고 나선 까닭은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 제도적 문제점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앞으로 대통령의 공식행사를 제외한 가족 식사비용, 사적 비품 구매에 대한 예산지원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런 비용도 특수활동비에서 지출됐다. 국민의 세금인 예산으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명확하게 구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대통령이라도 가족 식사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비용은 급여에서 공제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전세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어서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미국 백악관의 경우 대통령과 가족의 생활비를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빨리 올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민 세금인 예산은 철저하게 공적 목적에 부합하도록 사용해야 하며, 최고위 공직자라 할지라도 직무수행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비용은 개인이 부담한다는 원칙을 세우겠다는 의미다.
특수활동비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려면, 아무래도 최근 불거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간 '돈 봉투 만찬'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은 만찬 자리에서 상대기관 간부들에게 70만~100만 원이 든 격려금을 돌렸으며 이 돈의 출처는 특수활동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쪽에서는 관례에 비춰 별문제가 없다는 반응도 있는 모양인데, 국민 정서를 너무 모르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설령 격려금이 수사활동비 보전 등의 목적이었다고 해도 돈이 오고 간 시점이나 장소, 내용 모두가 적절치 않았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납세자 연맹은 최근 특수활동비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일반적인 기관운영 경비로 사용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를 남용했다고 의심받는 기관은 법무부, 국회, 감사원, 국무조정실, 대법원, 외교부, 통일부 등 광범위하다. 구체적인 사용 내용을 들여다보면 각 기관이 감사를 피해 운영경비를 쓰기 위해 특수활동비를 활용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엄정한 관리가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외교ㆍ안보 등 특수활동비가 꼭 필요한 분야는 필요성을 인정하되, 목적에 맞게 집행되도록 엄격하게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과거의 사용 내용을 면밀하게 점검해 '눈먼 돈'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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