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강업계 "한국 등의 덤핑으로 큰 피해…수입 제한해야"
중국과 러시아는 정부가 자국업체 대변…한국은 기업만 발언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 상무부가 최근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 수입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개최한 공청회에서 한국 철강업계에 대한 비판과 철강 수입을 제한해달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이 조항을 철강 수입에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철강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미국 철강업계와 정치권은 공청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국가들의 덤핑으로 안보에 중요한 철강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즉각적인 수입 제한 조치를 요구했다.
미국 철강업체인 US스틸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원유, 천연가스 채취에 사용되는 유정용강관(OCTG)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외국 업체들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미국 기업으로부터 이 시장을 훔치려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철강노조의 레오 제러드 위원장도 한국이 OCTG 제품을 덤핑하는 바람에 미국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기꾼들은 규제를 우회할 방법을 찾기 때문에 무역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외국 업체들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인데 우리는 그걸 공짜로 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시 캡터 오하이오주 하원 의원은 "중국과 한국, 러시아, 인도 등 국내 철강 생산에 피해를 주는 모든 국가에 대해 당장 보복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6월 말까지 조사를 마친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공격 대상이 된 주요 철강 수출국은 정부 관계자가 직접 공청회에 참석해 자국 기업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했지만, 우리나라는 정부 관계자가 발언하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 대표는 미국의 국가 방위와 안보에 필요한 철강은 이미 전량 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철강 수입이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대사관의 무역 대표는 "이미 시행 중인 반덤핑 조치만으로도 러시아산 철강 수입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사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미국의 핵무기 확산 방지 노력에 협조하고 이라크에 4번째로 큰 규모의 병력을 파병한 점을 거론하며 "철강 수입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저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현대제철 미국법인과 TCC동양의 미국 합작법인인 OCC 경영진이 발언했다. 포스코도 워싱턴사무소 관계자가 참관했다.
이병배 현대제철 미국법인장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기아차 미국 공장 등에 2021년까지 3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점을 언급하고서 "이런 투자 계획은 현대제철과 미국 업체로부터 냉연 강판을 구매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마련됐다. 현지 조달만으로는 충분한 고품질 냉연 강판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OCC 측은 포스코로부터 수입하던 필수 원자재인 석도강판(BP) 공급을 OCC 경쟁사인 아르셀로미탈 등으로부터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며 반덤핑 조치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