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개혁 작업 추진하던 문화부 반발…"항소할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문화 부문의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외국인에게 주요 박물관 수장직의 문호를 개방해온 이탈리아 정부의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수도 로마가 속해 있는 라치오 주 행정법원(TAR)은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정부가 2015년 외국인 전문가에게 채용 기회를 넓힌 가운데 임명한 20개 주요 박물관 관장 가운데 5곳에서 선발 절차상의 불투명성이 발견된다며, 이들 박물관 관장의 임명을 철회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북부 만토바의 팔라초 두칼레 박물관의 오스트리아 출신 관장을 비롯해 나폴리, 레지오 칼라브리아, 타란토, 모데나 등 5곳의 박물관 수장이 자리를 잃게 됐다.
법원은 그러나, 이탈리아 최고의 박물관으로 꼽히는 피렌체의 우피치 박물관과 아카데미아 미술관 등 독일인 전문가들이 관장을 맡고 있는 시설들은 판결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낙후된 이탈리아 박물관의 시설과 후진적인 경영 방식을 현대화하기 위해 그동안 관료들이 독식하던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의 관장직 선발을 외국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모 제도로 바꿔 2015년 20개 박물관의 관장을 새롭게 임명했다.
그러나, 당시 선발 절차에서 떨어진 응모자들은 공모 과정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 측은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판결에 대해 "할 말을 잃었다"며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판결이 실질적으로, 그리고 이탈리아의 대외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아프게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주요 박물관 20곳의 관장직을 외국인에게 개방한 이후 이탈리아 박물관의 작년 입장료 수입이 전년에 비해 12% 증가한 1억7천200만 유로에 달하는 등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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