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카와 전 차관, 재차 "학부신설에 아베 영향력 암시 문건 봤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김정선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인 사학재단의 수의학부 신설에 내각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두고 일본 여야가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다.
민진·공산·자유·사민당 등 야권은 26일 내각부측의 영향력 행사를 폭로한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의 국회소환 및 증언 청취를 요구하며 아베 총리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껏 올렸다.
반면 여당인 자민당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양측간 긴장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아베 총리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加計)학원이 운영하는 대학에 수의학부 신설을 허용하도록 총리관저(총리실)를 담당하는 내각부와 문부과학성이 협의를 한 내용이 담겼다며 야당이 공개한 문서가 진짜라고 밝힌 인물이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런 내용을 밝혔다.
야당이 공개한 문서에는 내각부 관계자가 문부과학성을 압박하며 "관저 최고 레벨이 말하고 있는 것", "총리의 의향"이라고 말했다는 등 아베 총리의 직접 관여를 의심케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서는 확실히 존재한다"며 "국회 증인 요구가 있으면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의학부 신설은 "최종적으로 내각부가 압박한 것으로 행정기관으로서 매우 문제 있는 행위"라며 "있었던 일을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서에 거론된 '최고 레벌'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총리, 그다음은 관방장관. 이 두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관저, 내각부, 관방 등 중추로부터의 요청에는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직 관료가 정부를 비판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문부과학성이 퇴직간부의 낙하산 취업을 조직적으로 알선한 문제로 지난 1월 사임했다.
문부과학성은 문제의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민간인의 발언에 코멘트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고,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괴문서"라고 일축했다.
자민당은 야권이 요구한 마아케와 전 차관의 국회 소환조사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문부과학상도 정치권의 진상규명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도 아베 총리와 정부측의 대응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기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방위상은 기자들에게 "사무직 최고 간부를 역임한 사람이 그런 말을 한 것은 나름대로 의의, 의미가 있다"고 아베 총리측을 겨냥했다.
정치평론가인 고바야시 기치야(小林吉彌)는 "마에카와 전 차관은 문제의 당사자인 만큼 이미 퇴직했기 때문에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하면 안된다. 그를 국회에 소환해 증언을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가케학원 특혜 의혹은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여러모로 닮았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은 학원 이사장과 총리 부부의 인연을 의식한 행정기관의 '알아서 기기'가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총리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원이 문제가 됐다.
모리토모학원의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전 이사장은 지난 3월 국회에 증인으로 불려 나가 "아키에 여사에게서 100만엔(약 1천4만원)을 받았다"고 폭로해 아베 총리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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