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화물차 기사 짜고 유가보조금 '꿀꺽'…혈세는 '줄줄'

입력 2017-05-26 10:13  

주유소-화물차 기사 짜고 유가보조금 '꿀꺽'…혈세는 '줄줄'

주유량 부풀리고 개인차량 주유하기도…경찰 "소액이라도 강력 단속"

(남양주=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주유소와 화물차 운전기사가 공모해 유가보조금을 가로채는 일이 만연한 것으로 지적되고 잇다.

전국 각지에서 단속이 이뤄질 때 마다 수십 명의 운전기사가 적발되지만 주유소 업주와 기사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유가보조금 지급제도는 개인 화물차 기사들의 기름값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자체가 지방세를 재원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화물차 기사들이 유류구매카드로 기름값을 결제하면 카드사는 화물차 기사에게 유가보조금을 뺀 금액만 청구하고 지자체에서 유가보조금을 카드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허위 카드 매출전표를 이용해 유가보조금을 타낸 혐의로 화물차 기사 12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이들과 공모한 관내 주유소 2곳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적발된 기사들은 실제 주유량보다 적은 양의 기름을 넣은 후 많은 양을 넣은 것처럼 주유소와 공모해 전표를 조작하고 차액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화물차가 아닌 개인 차량에 휘발유를 주유한 후 화물차에 경유를 넣은 것처럼 조작하기도 하고, 각종 합성유를 구입한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횡령한 금액이 총 9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화물차 기사들은 보통 전국 여러 곳의 주유소와 '단골' 관계를 맺고 보조금을 가로챈다"며 "현재 남양주 관내 주유소 두 곳만 조사한 상태며 다른 주유소로 조사가 확대되면 기사의 수와 가로챈 금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화물차 기사와 주유소가 짜고 유가보조금을 챙기는 사례는 업계에서는 이미 '너무 당연한 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전국 경찰서에서 주유소와 화물차 기사 수십명씩 적발되는 일도 흔치 않다.

실제로 이달 22일 대구 수성경찰서는 수성ㆍ경북 칠곡 일대 주유소에서 주유량을 부풀린 화물차 운전자 47명과 주유소 대표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앞서 지난 3월 말에는 충남 논산경찰서가 화물차 운전자 11명이 입건했고, 비슷한 시기 광주에서도 주유소 사장 2명과 화물차 운전자 2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수사 당국이 지속해서 단속하고 있지만 이러한 사례는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유가보조금을 빼돌려 챙기려는 화물차 운전자와 기름을 많이 주유하는 고객을 유치하려는 주유소 사이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화물차 운전자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주유소 사장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될 정도로 만연해 있다"며 "기사 개인으로 보면 가로챈 금액이 적어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경기도의회 최종환 의원이 경기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9월까지 경기도지역 유가 보조금 부정수급 사례는 무려 5천410건에 액수는 24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의 혈세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소액이라도 유가보조금을 불법으로 쓴 사례가 있으면 적발해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jhch79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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