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찰랑찰랑'…"25cm 더 내려가면 일부 양수장 가동못해"
(공주=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모처럼 쾌청한 날씨를 보인 26일 오후. 충남 공주시 금강 공주보(洑)에 설치된 봉황 모형의 조형물 꼬리에서 물이 시원하게 뿜어져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주요 보 수문 개방 지시로 다음 달 1일 수문을 여는 곳이다.
경기 일부와 충남 서부권이 긴 가뭄에 따른 물 부족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공주보는 만수위에 이를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을 담고 있다.
현재 공주보는 관리수위 8.75m를 유지하고 있다. 확보한 수량만 1천560만t에 달한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수문을 개방하면 보 수위 하락으로 각종 부작용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공주보 주변 농민들은 수문을 개방하면 농업용수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호소한다.
공주보 상류 금강 본류 유역에는 현재 농업용 양수장 4곳(원봉·장기1·소학·세종천연가스발전소 양수장)이 가동 중이다. 이들 양수장은 공주시와 세종시 농경지 585ha에 금강에서 퍼 올린 물을 공급한다.
공주보 물을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소학양수장 주변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모(78)씨는 "금강보 설치로 물 끌어다 쓰기가 수월해 영농에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물을 그냥 흘려보내면 농사짓기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고 불안감을 표시했다.
김씨는 "지금 물을 빼면 많은 농민이 모내기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말고 가을에 수문을 개방하는 게 어떠냐"고 주문했다.
우성면에 사는 이모(63)씨도 "보통 6월 중순까지 모내기를 하는데, 물 공급이 제대로 안 되면 모내기가 힘들어져 올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공주보 수위가 낮아지면 수상스포츠대회 개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주시는 공주보 설치로 물이 가득 찬 금강신관공원 일원에서 해마다 전국수상스키·웨이크보드대회와 조정경기 등을 열고 있다.
공주시 관계자는 "수상스키에 필요한 동력선을 운항하려면 수심이 최소 3m 이상 확보돼야 한다"며 "물을 너무 많이 빼면 올해 대회 개최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문 개방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을 방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주보 유역에 설치된 양수장 가운데 세종천연가스발전소와 원봉리 양수장 등 일부 취수장 취수구가 8.5m 높이로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공주보 수위가 8.5m 밑으로 내려가면 물을 빨아들이지 못한다.
당장 세종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 운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하루 2만t을 취수하는 원봉리 양수장도 가동을 멈출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양수장 취수구 높이에 맞춰 수문을 열 경우 수위가 25cm 낮아져 120만t의 물을 흘려보낼 수 있을 것으로 수자원공사는 내다봤다.
현재 확보한 수량 1천500만t의 8% 수준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아직 정확한 지침을 내려주지 않아 수문을 어느 정도 열지 알 수 없다"며 "당장 양수장을 옮기거나 시설을 개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이런 문제도 함께 고려해 수위 조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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