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사각지대' 구금시설…법무부, 인권침해 개선책 마련

입력 2017-05-26 13:15  

'인권 사각지대' 구금시설…법무부, 인권침해 개선책 마련

교정행정·교정시설 점검, 수용자·수형자 처우 개선 등 나설 듯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청와대가 구금시설의 '인권침해' 개선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교도소·구치소, 검찰청 구치감 등 구금 및 교정 당국을 관할하는 법무부가 개선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6일 청와대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조국 민정수석은 전날 정부 부처에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수용률을 높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밝히면서 이에 기초해 민정수석실에서 추가로 검토한 사항을 발표했다.

조 수석은 "기관별 인권침해 사건의 통계를 보면 경찰, 구금시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두 기관의 민원인들에 대한 태도에 인권 침해적 요소가 강하다는 방증으로 보이므로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법무부 산하 전국 교도소 등 구금시설 진정 건수는 2만5천615건으로 전체의 30.2%에 달했다.


그동안 미흡한 의료조치, 열악한 시설환경 등 구금시설 내 인권침해 의혹은 수차례 제기돼 왔다.

인권위의 '2016년 인권상담사례집'에는 2015년 7월부터 작년 6월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구금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상담 사례가 소개돼 있다.

사례집에 따르면 외국인보호소에 있는 한 방글라데시인은 수년 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급여 150만원을 받도록 판결을 받았지만, 돈을 받지 못해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보호소 직원이 "시간이 없어 외출할 수 없다"며 법률구제를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한 재소자는 배급받은 옷이 너무 작고 찢어져 교환을 요청했으나 10일이 넘도록 교환해주지 않았다고 인권위에 상담했다.

그는 또 베개와 담요를 사람 숫자에 맞게 지급하지 않아 수용자들 간 다툼이 생겨 징벌까지 받았으며, 겨울에는 한 주 한 번 하는 온수목욕이 10분으로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구금시설의 열악한 환경은 헌법이 보장하는 최소한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보장되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교도소의 의료조치 미흡을 지적하는 사례도 있다.

신장장애 2급으로 한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는 당뇨 합병증으로 오른쪽 새끼발가락에 염증이 생겼음에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상담했다.

다른 교도소로 이감되면서 염증이 더욱 심해졌지만, 외부 병원이 아닌 교도소 의무실에서만 치료를 계속 받았고, 결국 오른쪽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작년 8월 부산교도소에서도 폭염 속에서 조사수용방에 격리된 재소자 2명이 잇따라 사망한 사건은 교도소의 열악한 수용자 관리 실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처럼 법조계 안팎에서 법무부와 교정 당국이 수용자 인권 보장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됨에 따라 법무부가 관련 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인권국을 통해 2011년부터 교정본부 소속기관에 대해 인권보호상황 평가를 해오고 있다.

또 구금시설의 인권실태 파악을 위해 수용자 설문조사, 개별 면담을 통해 시정 및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향후 구금시설의 인권침해 요인을 심층적으로 점검·진단해 교정행정 개선, 교정시설 확충, 수용 환경 및 의료처우 개선을 위한 체계 구축, 수용자·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정·교화 프로그램 시행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bo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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