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파산 가능성 작아…지자체 부담은 가중될 듯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법원이 26일 수도권 첫 경전철로,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된 의정부경전철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국내 민간투자사업에 내려진 첫 파산 사례인 만큼 전국에서 사업을 운영 중이거나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다른 민간투자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현재 적자로 운영 중인 다른 민간투자 사업들의 연쇄 파산 신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비교적 작은 반면 앞으로 민간투자 사업을 추진하려는 지방자치단체에는 큰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전망은 무엇보다 1998년 개정된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법'에 근거한다. 이 법은 지자체가 추진하는 민간투자 사업이 중단돼도 민간 투자자는 손실을 메꿀 수 있는 구조로 짜여 있다.
지자체들이 자본 유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조항이지만 역설적이게도 파산할 경우 지자체에는 큰 족쇄가 되는 셈이다.
특히 경전철처럼 공공성을 띈 사업의 경우, 파산할 경우 해당 지자체가 운영 등에 대한 대책 마련 등 부담을 다 떠안아야 한다. 지자체가 파산을 막기 위해 사실상 혼신의 힘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용인 경전철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용인시가 막대한 보조금을 내가면서 경전철을 유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면 자금을 투자한 민간 기업이 파산으로 입는 손실은 지자체에 비해 크지 않아 보인다. 투자비에 대해 사업 중지 후에도 운영기간 동안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해지시 지급금을 받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여기에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수익이 나지 않고 문제가 생길 경우 여차하면 의정부경전철의 경우처럼 파산 신청을 하면 된다. 이번 판결은 그 길을 열었고 이 때문에 공공시설을 운영해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추진 중인 서울의 우이신설선, 신림선, 제물포 지하도로 등 주요 사업이 모두 민간투자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번 파산 결정으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 같은 사회적 여파를 고려해 파산을 선고하기까지 신중을 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정부시와 경전철의 채권자, 주주 등 이해 관계인들이 협의를 통해 파산 신청을 취하에 대해 협상하라고 권고했지만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그렸다.
3천 600억원대까지 쌓인 부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양측의 최종 협의마저 실패로 돌아가자 법원은 결국 파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투자사업은 과거 정부가 직접 제공해왔던 공공서비스의 일부를 민간 기업의 자본으로 공급하는 공공투자제도다. 사업 초기 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고 사업 추진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1995년 본격 시행됐다.
지난해 기획재정부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총 668개의 사업이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추진되거나 운영되고 있다.
jhch79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