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엄연한 문재인 정부의 장관"이라 하자 참석자들 웃음
"정권은 유한하나 조국은 영원"…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정책조언 쏟아내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을 청와대 본관 인왕실로 초청,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는 정오부터 1시간 동안 예정됐으나 시종 진지한 분위기에서 참석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 오후 1시30분까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모두 발언에서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우리 장관님들은 엄연히 문재인 정부의 내각입니다"라고 말하자 참석자 전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참석자를 대표해 오찬 자리를 마련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고, 모든 참석자가 차례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기탄없는 의견을 쏟아냈다.
유 부총리는 "지난 정부의 마지막 내각이자, 새 정부의 첫 내각이라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는데 이 불씨를 잘 살리는 것이 당면과제이고 이를 위해 당연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식 교육부총리는 "새 정부에서도 자유학기제, 돌봄교실 확대, 직업교육 증진으로 능력중심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지속돼 다행"이라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려면 교원 양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은희 여성부 장관은 "정부는 국민만 보고 지속해서 잘 운영되어야 한다. 어제 대통령께서 새만금 잼보리 대회 유치와 관련한 말씀을 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 드린다.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영환 산업통산부장관은 "통상현안이 당면과제인데 작년부터 미국과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변화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기업의 목소리도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북한과의 민간교류 관리가 중요한데, 제가 학자일 때는 '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직에 와보니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민간교류 기준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장관 임명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므로, 우선 차관에게 민간일자리위원회와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게 하면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노동3법의 개선으로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꿔주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최근 국제간의 문제는 정상외교를 통해 풀어가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으므로 우리의 국력 신장에 걸맞게 외교대통령이 돼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특사파견과 관련하여 초기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유엔 등 국제 공조관계를 잘 활용하고, 주변 4국에 더해 유럽연합(EU)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의 관계를 잘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군은 통수권자에게 절대복종하는 신뢰의 조직이며 사기를 먹고 사는 조직이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격려해 주시면 좋겠다. 국방 예산은 내년도에 GDP(국내총생산)의 2.5% 정도는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최근의 수출 호조는 반도체 등 IT산업의 몇 가지 경쟁력에 힘입은 바 크다"며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과학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기존의 산업도 4차 산업혁명화 하고, 관련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식품 분야는 약자의 산업이며, 정서적으로 예민한 분야이므로 중요하게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김 장관은 "특히 가축질병 분야에서 많은 제도개선을 해왔는데 일선 현장에서 많은 목소리가 있을 수 있지만,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쌀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운 산업의 특성에 기반을 둔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며 "해운·조선· 플랜트·금융이 연계하지 않으면 위기는 언제든지 올 수 있다. 심해저·남북극은 잠재적 가능성이 많은 분야이니 비전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시장은 불확실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새 정부가 잘 선별하되 정책의 일관성 있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가계부채와 기업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국민안전처 출범 2년 반을 살펴보니, 동맥과 정맥은 있는데 실핏줄이 없다는 느낌"이라며 "대한민국 재난안전 시스템은 시스템에 대한 정책은 없고 대책만 있는 것이 문제이니 이 점을 주목해 달라"고 조언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된 장관들의 허심탄회한 조언을 경청한 문 대통령은 "정권은 유한하나, 조국은 영원하다"며 "박근혜 정부 전체를 어떻게 평가하든 각 부처의 노력은 연속성 차원에서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찬에는 공석인 법무부·문화부 장관을 제외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16개 부처 장관 전원과 장관급으로 국무회의 참석 대상인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박수현 대변인이 배석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