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사 모인 단체전도 알파고에 역부족…인간팀 불계패(종합)

입력 2017-05-26 18:13   수정 2017-05-26 18:15

최고기사 모인 단체전도 알파고에 역부족…인간팀 불계패(종합)

복식전선 인간·AI 공조 합작수…단체전선 인간팀내 조화 의문

(우전<중국 저장성>=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인간계 최고의 바둑기사 5명이 26일 알파고에 단체로 맞섰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복식전에선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조는 그 가능성을 발견했지만, 단체전에선 인간팀내 조화라는 숙제를 남겼다.

저우루이양(周睿羊·26) 9단을 대표로 한 천야오예(陳耀燁·28)·미위팅(미昱廷·21)·스웨(時越·16)·탕웨이싱(唐위星·24) 등 9단 기사 5명은 서로 상의하면서 단체로 알파고와 겨루는 상담기를 진행했다.

5명 모두 세계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최정상급 기사들이었지만 알파고를 이들을 상대로 25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상담기는 이날 오전 공개무대에서 열린 복식전 페어대국과는 달리 알파고와 커제 9단이 겨뤘던 2층 징싱(景行)청의 비공개 대국장에서 진행됐다. 인간팀이 흑돌을, 알파고가 백돌을 잡았다.

구글 딥마인드 측이 이벤트로 여긴 복식 대국과는 다르게 상담기는 알파고의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알파고의 한계와 창의력을 테스트하면서 알파고가 인간의 서로 다른 바둑 스타일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게 이 대국의 취지였다.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이들은 알파고가 막판 버그에 걸린 듯한 수를 던졌음에도 알파고의 우세를 뒤집지 못했다.

인간팀은 다음 수를 서로 상의하면서 환하게 웃음을 짓거나 한결 여유롭고 편안한 표정이었다. 비교적 초반이 잘 풀려나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했다.


저우 9단이 한수 둘 때마다 뒷자리에 모여 앉은 4명의 기사와 상의해가며 착점해나갔다. 뒷자리에 앉은 천야오예·미위팅·스웨·탕웨이싱은 모형 바둑판을 두고 최적의 수를 협의해나갔다.

저우 9단은 이중에서 가장 잘 알파고를 이해하고 있는 기사로 꼽힌다. 저우 9단은 딥마인드의 초청을 받아 비밀리에 알파고 설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팀은 중요 대목에서 장고를 거듭했지만, 알파고는 거의 1분 이내에 바둑을 뒀다.

초반 안정적인 수로 인간팀에 미세하게 앞서나가던 알파고는 상변에 차지하고 있는 인간팀의 흑 진영을 백 58수와 백 60수의 절묘한 수로 공략하면서 완전 초토화시켰다. 이 수로 분위기는 단숨에 알파고로 완전히 넘어갔다.

알파고는 이후 굳히기에 들어가면서 지나치게 크게 난 격차를 좁혀주려 인간팀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미 바둑판의 각 진영이 결정이 난 상태여서 인간팀이 전의를 상실한 모습도 나타났다.

초반 만만치 않게 진행되던 대국은 백 58수와 백 60수로 알파고에 사실상 정리되고 말았다.

인간팀이 기세로 나아갔다면 알파고는 원투펀치에 대응하듯 깔끔하게 타개해나갔다. 김성용 9단은 "바둑 기술서적인 '사카다의 묘' 시리즈 이후 가장 멋진 타개로 남을만한 수였다"고 평가했다.

결국, 인간팀엔 '사공'이 많은 단점이 부각됐다. 의견 충돌이 났을 때 이를 어떻게 조율하고 정리하는지가 관건이었는데 원활하게 이뤄졌는지가 의문이었다.

기사 5명의 기풍이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예컨대 천야오예 9단은 극단적인 실리파이고 스웨 9단은 '깡패 바둑'이라 불릴 정도로 기가 센 바둑을 둔다.

상담기 제한시간을 각자 2시간 30분에 1분 초읽기 3회씩으로 커제와의 일대일 대국보다 줄여놓은 것도 인간팀에게 다소 불리한 대목이었다. 알파고가 제한시간을 2시간 남겨놓았을 때 인간팀에겐 34분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였다.

결국, 초읽기에 들어가자 저우 9단을 대신해 끝내기 고수라는 탕웨이싱 9단이 대표주자로 나섰다. 동료 기사들과 거의 상담을 하지 않고 사실상 탕웨이싱 대 알파고의 단독 대결이 되다시피 했다. 탕 9단도 결국 이미 가운 형세를 뒤집지 못하고 끝내 돌을 던지고 말았다.

치열했던 바둑판의 세 싸움과는 달리 인간팀 기사들은 이날 대국에서 서로 웃으면서 비교적 여유로운 바둑을 뒀다. 절박함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간과 알파고가 한팀씩 이뤄 바둑을 뒀던 복식조 페어바둑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서로를 이해하고 보조를 취하며 절묘한 합작수가 이어졌지만 정작 단체전에서는 인간팀 내 팀워크와 조화가 쉽지 않은 과제임을 깨닫게 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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