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 기간 발생…어린이 다수 숨지고 부상자도 최소 25명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슬람권 '금식 성월'인 라마단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이집트 남부 지역에서 콥트 기독교도 탑승버스를 겨냥한 무차별 총격 사건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수십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이집트 국영TV와 알아흐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5분께 콥트 기독교도들이 탑승한 버스가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220km 떨어진 민야 인근에 있는 성사무엘 수도원으로 향하던 중 무장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았다.
이집트 보안 관계자는 "사륜구동 3대에 나눠 탄 괴한 무리가 도로에서 주행 중인 버스를 강제로 멈춘 뒤 자동소총으로 총격을 마구 가했다"고 말했다.
이 공격으로 버스에 타고 있던 26명 이상이 사망하고 최소 25명이 다쳤다고 민야주 의료진이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다수와 60대 노인도 포함돼 있다. 시신과 부상자들은 인근 민야국립병원과 카이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집트 국영 나일TV 화면을 보면 공격을 받은 버스 차체와 옆면 유리창은 총탄 세례로 크게 파손됐으며 앞면 유리창 전면도 완전히 부서졌다.
이집트 일간 '알욤7'은 전투복 차림에 복면을 한 괴한 8~10명이 도로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버스에 접근했다고 전했다.
피습 당시 콥트 기독교도들은 버스 2대와 소형트럭 1대로 차량 행렬을 이뤄 이동 중이었다고 한 보안 소식통은 말했다.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날은 이슬람권의 '금식 성월'인 라마단이 시작하기 하루 전날로, 최근 몇 년간 아랍권에서는 라마단 전후로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의 테러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현재 이집트 군인과 경찰은 현장 주변을 봉쇄한 채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범인들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 사건 직후 긴급 안보 회의를 소집했다.
이집트 이슬람 수니파 최고종교기관인 알아즈하르는 "민야에서 벌어진 사건은 무슬림과 기독교도들 모두가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이집트의 안정을 해치려고 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이집트에서는 소수 종파인 콥트 기독교도를 노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공격이 자주 발생했다.
이집트에서는 지난 4월9일 알렉산드리아와 나일델타 탄타에 있는 콥트교회를 겨냥한 연쇄 폭탄 공격으로 최소 45명이 숨지고 118명 이상이 부상했다.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 사건 직후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카이로의 한 콥트교회 예배실에서 폭탄이 터져 적어도 25명이 사망하고 49명이 다친 적이 있다. IS는 이러한 두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
인구 대다수가 이슬람 수니파인 이집트에서 콥트 기독교도들은 그간 자신들이 IS 이집트지부를 포함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표적이 됐다고 우려를 표시해 왔다.
기독교 동방정교회 일파인 콥트교도는 이집트 전체 인구 약 9천200만명 중 700만~1천만 명으로 추산되며, 인구 비율로는 8~11%를 차지한다.
IS 이집트지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의 전신으로 2013년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군부에 축출된 후 시나이반도를 거점으로 활동해 왔다.
2014년 IS에 충성을 맹세했으며 이 단체의 지속적인 테러 활동으로 지금까지 이집트 군인과 경찰, 민간인 등 수백 명이 사망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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