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양지웅 기자 = "불의한 전두환 정권과 맞서 싸웠던 많은 분, 수많은 의인이 계셨기에 30년 뒤 올해 박근혜의 불의한 권력을 퇴치하면서 5월 9일 새 정부를 이루게 됐습니다"(함세웅 신부)
한국 민주화의 분수령이 된 6월항쟁을 끌어낸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국본)의 결성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27일 오후 4시 국본이 첫발을 뗀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6월 민주항쟁 30년 사업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1987년 5월 27일 향린교회에 종교계, 정치계, 노동계, 문화계 등 각계 인사 150명이 모였고, 이들은 2천264명의 발기인을 대표해 국본을 결성했다.
국본은 해방 이후 최초로 정파를 초월해서 결성된 전국 규모의 재야단체였다. 그해 6월 10일 대규모 시위를 선포하고, 전국에서 6월 항쟁을 이끌었다.
이날 기념식에는 국본 사무처장이었던 이길재 전 의원, 상임집행위원이었던 유시춘 작가, 정책연구차장 맡았던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 이해동 목사, 함세웅 신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 시작 전부터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30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인사를 나눴다.
이 전 의원은 "삼엄한 감시를 피해 여기 향린교회에서 국본을 비밀리에 출범시키려고 고생 많이 했다"며 다른 인사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행사가 시작되고 6월 항쟁을 되짚어보는 영상물이 나오자 참석자들은 숨 죽였다. 박종철 열사 사진, 남영동 대공분실 자료화면 등이 흐르며 역사의 물줄기를 튼 사건들을 곱씹게 했다.
지난겨울 광화문광장을 뜨겁게 한 촛불 물결이 영상의 마지막을 장식할 때에는 커다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백 소장은 "6월항쟁이 오죽 힘들었나. 여러분들이 싸운 덕으로 오늘이 온 거다"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진짜 정권이 되고 안 되고는 좀 두고 봐야 알겠지만, 박근혜를 탄핵해서 감옥에 넣지 않았나. 고맙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국본 출범과 그 활동은 5.18 광주항쟁 정신을 잇는 것이고 끝내는 민주화 역사를 이으면서 지난해 말 촛불 혁명을 통해서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기까지 이르렀다"면서 "오늘 이 자리에 같이 못 하신, 먼저 가신 분들을 추모하자"고 말했다.
성수민 청년당 준비위 공동위원장은 "많은 청년에게 6월항쟁은 그저 과거일 뿐이었지만 이번 경험(촛불 혁명)으로 우리 청년들은 6월항쟁과 연결됐다"라면서 "여러분이 그토록 애써주셔서 우리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고, 촛불을 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6월 민주항쟁 30년 사업추진위원회는 이날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6월항쟁 세대와 촛불 세대 사이에 '오작교'를 놓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가족마당극 '오작교 아리랑' 공연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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