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광장 대토론회…시민 제안 우수 아이디어 100가지 선정
"서해안에 공기정화식물 매단 열기구 띄우자" 어린이 깜짝 제안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중국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어찌할 수 없다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소비가 미덕인 이 시대에 과연 이것이 나에게 필요한 물건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전 세계가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토요일인 27일 오후 서울 도심 광화문광장에 검은 천을 덮은 테이블 250여 개가 주욱 늘어섰다. 자리마다 파란 선캡을 쓴 시민이 둘러앉아 손짓을 섞어가며 의견을 쏟아냈다.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고자 서울시가 시민 3천 명과 연 '미세먼지 대토론회'다.
오후 5시부터 원탁별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방안'과 '도심 내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대응방안'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주요 의제로는 ▲ 차량 제한 ▲ 도심 미세먼지 배출시설 점검 ▲ 석탄화력발전소 중단 ▲ 국가 간 다각적 기후 대화 채널 확보 등이 올라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한 테이블에 앉아 참가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박명하 씨는 "미세먼지 필터 창을 달았는데도 실내 공기 질이 똑같이 나쁘더라"며 "주변국과의 외교적 고려를 하는 큰 그림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를 듣던 한 참가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초등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나가 논다"며 "그런데도 아무도 마스크를 나눠 주거나 착용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정책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응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마이크를 잡고 "서울에서 생태 공간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 학교"라며 "서울 시내 1천300개 학교 모두가 옥상에 생태 정원을 꾸미면 대단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행사에 앞서 온·오프라인으로 참가 신청을 받았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토론회를 5일이나 앞둔 22일 참가 신청자가 3천 명을 훌쩍 넘겼다.
참가자는 관련 학회 관계자·시민단체·자치구 공무원·교육청 공무원 등 무척 다양했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자리를 잡은 부모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서울 강서구에서 13살 난 아들과 함께 온 최양희(41·여)씨는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아야 하는데 요즘은 봄에 아이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나갈 수가 없다"며 "아이가 아토피를 앓고 있기도 해서 국가나 시 차원에서 관련 대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한 어린이 참가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서해안에 공기 정화 식물을 심은 열기구를 띄우자"며 통통 튀는 의견을 내놔 박수갈채를 받았다.
시는 사전에 안전을 위해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방향 교통을 전면 차단했고, '미세먼지를 마시며 미세먼지를 토론하는' 일이 없도록 마스크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참가자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따져보고 정리하는 '팩트체크팀'과 '분석팀' 50여 명도 투입됐다. 이들은 시민 의견을 재빠르게 정리해 스크린에 띄워, 참가자들이 다시 이를 보고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게 도왔다.
시가 토론회를 앞두고 10∼25일 사전 신청자 1천59명을 대상으로 시민 아이디어를 모집한 결과, 1천272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교통 분야가 268건으로 가장 많았고, 시민 건강 179건·제도 개선 175건·소통 홍보 124건·산업 108건·외교 100건·생활 환경 84건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
시는 '미세먼지 대토론회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이 가운데 제안 빈도, 추진 가능성 등을 따져 우수 아이디어 100가지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 차량 부제·사대문 안 차량 진입 금지·통학버스 경유 차종 제한 등 교통 분야 ▲ 취약계층 마스크 지원·녹지 대폭 확충·공공장소 황사용 마스크 비치 등 시민 건강 분야 ▲ 중국과 한국 기업이 미세먼지 감축 공동 개발·충남과 수도권 공동대응 모색 등 외부협력 분야 ▲ '쿨 루프' 시공 확대 등 산업 분야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이 가운데 '사대문 안 차량 진입 금지'는 시가 이미 한양도성 내부 16.7㎢를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하고 비슷한 내용의 정책을 저울질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후 경유차나 관광버스 외에도 일반 승용차까지 한양도성 내 진·출입을 관리하고, 필요하면 통행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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