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정 내용보도 시 정책혼선…靑과 발표내용 사전조율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문재인 정부의 '미니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철통보안'을 강조하며 극도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담당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는가 하면 업무보고 자료를 언론에 유출한 부처에는 관련자 색출과 유출 경위 조사 지시를 내리는 등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대응하고 있다.
28일 국정기획위에 따르면 주말에도 경찰청·기상청·국세청 등을 상대로 한 업무보고가 이어졌지만 관련 공무원들과 자문위원들은 보고내용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업무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가 없다. 업무보고 자리에서 다른 부처가 (자료 유출) 보안사고를 낸 것이 거론됐다. 우리도 아무 얘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자리를 피했다.
업무보고에 참석한 기상청 관계자도 "국정기획위에서 업무보고 내용을 정리해 보도자료로 낼 때까지 (언론에) 말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며 말을 아꼈다.
새 정부의 5년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가 '말 한마디'도 새어나가는 것을 막을 정도로 극도로 보안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칫 설익은 정보가 외부로 알려지면 여권내 정책 혼선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디어 수준에서 거론된 각 부처의 정책 과제가 청와대가 추진하는 개혁과제와 배치될 경우 엇박자를 내는 것처럼 비칠 수 있고, 쓸데없는 논란에 휘말려 집권 초기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국민안전처의 경우 업무보고 자료가 통째로 유출돼 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업무보고 시작 직전 일정이 취소됐다. 국무조정실은 해당 부처에 대한 조사가 끝나 잘못이 드러나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하지만 관가 일각에서는 국정기획위의 '신중모드'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의 피드백 과정 없이 완성본을 제시할 경우 오히려 정책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광온 대변인은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되면 결국 정책 혼선으로 비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간다"며 "다른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처들이 조직과 인원, 권한을 늘리는 데 방점을 둔 업무보고가 확정된 사실처럼 보도되면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개혁을 성공시킬 수 없다"며 "조직확대 등을 언급한 국민안전처 보고서가 유출된 일을 모른 척 묵과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과거 정권의 인수위 때는 회의 모두발언도 공개하지 않고 사진도 못 찍게 해 비판을 받은 적 있다. 반면 새 정부의 국정기획위는 공약에 어긋나지 않고 부처와 이견이 없는 내용에 한해 언론에 모두 공개한다"며 "발표내용을 사전에 청와대와 조율하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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