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예상 외 강경 입장에 나머지 정상들 '당혹'…성명도 고작 6쪽
"6명이 1명을 상대로 싸우는 형국"…메르켈 고개 '절레절레'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 통행으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역대 최악의 분열을 노출하며 막을 내렸다.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G7 정상들은 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휴양도시 타오르미나에서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이틀에 걸친 정상회의를 마무리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참가한 작년 일본 이세시마 G7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들이 찰떡 공조를 과시하며 기후변화와 자유무역, 난민문제 등 핵심 의제에서 한 치의 이견도 없이 일치된 공동 선언을 채택했으나, 불과 1년 만인 올해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6개국이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하라며 회의 기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으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트위터에 "다음 주에 파리기후협정 잔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글을 유유히 올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6개국 정상들은 결국 최종 성명에 "미국을 제외한 6개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협정 이행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미국의 (파리기후협정)검토 절차를 이해한다"는 문구를 넣을 수밖에 없었다.
또, 자유무역 증진의 기치를 내걸고 창설된 G7에게 자유무역은 '절대 선'과 같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문에 있어서도 절충이 이뤄졌다.
정상들은 "시장 개방을 유지하고, 보호주의를 배격한다"는 문구와 함께 "모든 불공정한 통상 관행에 단호히 맞선다"는 문구를 최종 성명에 포함시켜야 했다.
중국, 독일 등이 미국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보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며 "통상은 자유로워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수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올해 G7 의장국이자 지중해를 건너 밀려드는 아프리카 난민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탈리아는 2차 대전 이후 최악으로 꼽히는 유럽행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난민 부담을 나눠지고, 난민의 출발지인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안에 대한 합의를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난민 문제와 관련한 최종 성명에는 "이주민과 난민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조항과 함께 "자국의 국경을 통제하는 각 나라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이민 억제를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미국의 입김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 자유무역, 난민문제 등에서 일찌감치 우방과 파열음을 내왔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으나, 트럼프의 예상보다 완강한 '마이 웨이'는 나머지 국가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폐막 기자 회견에서 "기후와 관련한 논의 전반이 매우 힘들었다"며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 남아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메르켈 총리는 "6명이 1명을 상대로 싸우는 형국"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회의가 끝난 뒤 "미국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우리의 우방"이라며 견해가 다를지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을 나머지 국가들이 적절히 다뤄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의 이런 당혹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날 취임 후 첫 해외 순방 일정을 모두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번 순방의 모든 곳에서 홈런을 쳤다"고 자화자찬했다.
한편, 올해 G7 정상회의의 분열상을 반영하듯 작년 32쪽에 달했던 G7 정상회의의 최종 성명이 올해는 고작 6쪽에 그쳤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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