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와 4년 동거 '통상'…"협상력 저하" vs "제몫 했다"

입력 2017-05-28 09:26  

산업부와 4년 동거 '통상'…"협상력 저하" vs "제몫 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통상 부문을 외교부에서 떼어내 산업통상자원부로 보낸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27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통상조직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 발언은 통상의 외교부 환원 논의에 불을 붙였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에 우리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통상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도 높아졌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다음 달 임시 국회에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관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4년 만에 다시 짐을 싸게 된 통상 공무원들은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조직을 흔드는 것이 적절한가에 의문을 품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실·국' 단위의 조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거세지는 통상압력을 버틸 수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 장관→차관보급…낮아진 위상

통상조직은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이관되면서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장관급 통상교섭본부에서 사실상 차관보가 이끄는 실·국 단위로 작아졌기 때문이다.

통상 분야는 산하 기관이 적어서 산업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에너지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졌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협상력이다.

산업부는 협상이 주된 역할이 아닌 데다가 순환보직제도에 따라 보통 2년 주기로 담당자가 바뀌다 보니 전문가를 양성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조직으로는 통상전문조직(무역대표부·USTR)을 갖춘 미국과 마주앉아 치열한 협상을 벌이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불확실한 대외적 상황도 통상을 경제적 관점보다는 정치적·외교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나 중국의 사드 보복은 산업적 측면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산업부는 장관과 차관보가 잇달아 미국을 찾아 한미 FTA의 장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방미 후 산업부는 미국도 한미 FTA의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한미 FTA 재협상은 물론 종료까지 가능하다고 언급해 산업부의 발표를 무색하게 했다.

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에서는 "통상을 산업부에 둔 것은 물건 만들어서 사고 파는 수출입으로 단순하게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미국처럼 통상 전문 부처를 만들고 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해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현안 산적한데…고민 깊은 통상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말 미국 워싱턴 D.C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여기서 한미 FTA 재협상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가 진행 중인, 모든 무역협상에 대한 재검토와 무역적자 분석 역시 올해 하반기 중 나올 예정이다.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을 비롯해 진행 중인 양자·다자간 협상도 적지 않다.

이처럼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조직의 향방이 도마 위에 오른 통상 공무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분위기다.

1998년 통상산업부에서 외교통상부로, 2013년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계속 소속이 바뀌는 '떠돌이'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통상 기능이 산업부에 남아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통상은 결국 양국 산업 간 교류이기 때문에 외교부에 있을 때도 실무 협상에 산업부 등 경제부처 공무원이 참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체결한 협상도 이행상황과 기업의 애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경제부처가 담당하는 게 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정기획위에서도 새롭게 FTA를 맺기보단 이미 맺은 FTA를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한데 통상 기능을 옮기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일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 기능이 산업부에 있었던 8년간 성과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며 "자리 잡은 통상 기능을 다시 옮기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주장했다.

e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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