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순방 후 귀국 유세일정 취소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김경윤 기자 = '러시아 스캔들'로 취임 4개월 만에 탄핵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인 대응으로 정국 반전을 꾀할 전망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 관계자와 러시아의 관계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작전회의실'(war room) 설치를 준비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전회의실에는 트럼프 대선 캠프 내 전투적 성향 인사로 분류됐던 측근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코리 루언다우스키 전 선거대책본부장,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20년 넘게 조사했던 데이비드 보시 대선 캠프 부매니저 등이 거론된다.
루언다우스키 전 본부장은 이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정권 안팎 어디에서든 가짜뉴스와 싸우는 헌신적인 팀"이라며 작전회의실 설치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보좌관, 대선 캠프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였던 샘 넌버그도 백악관 안팎에서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이외에도 경륜 있는 정치 전문가와 러시아 스캔들 특검에 대비한 법률 전문가도 참여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준비 중인 작전회의실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에 휘말렸을 당시 설치한 것을 본뜬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시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백악관 조직과는 별도로 변호사와 커뮤니케이션 담당, 정치담당 보좌관들로 팀을 만들어 섹스 스캔들만 전담토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내내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 2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내통 의혹으로 취임 25일 만에 낙마한 데 이어 최근엔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러시아에 비밀대화 채널을 제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쿠슈너 고문은 지난해 12월 뉴욕에서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나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와 러시아 사이 비밀채널 구축을 논의했다고 WP 등이 보도했다.
그는 당시 제3국에서 트럼프 대통령 대표단과 러시아 측 인사 간의 만남을 조율하는 것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면서 민주당은 쿠슈너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곧장 다음 주에 예정됐던 아이오와 유세를 취소하고 러시아 스캔들 대처에 골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대통령 일정의 예기치 않은 변화 때문에 불행히도 다음 달 1일 예정됐던 유세를 연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작전회의실 설치 이외에도 대규모 인사개편과 지역 유세 등을 계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하며 세계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하는 동안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배넌 수석전략가, 실세 사위인 쿠슈너 선임고문 등의 보좌진은 백악관 인사개편안을 마련했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침체 국면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화두를 의회에서 되살리는 것은 물론, 백악관과 국민의 소통 방식을 전면 개혁하는 방안을 찾는 데도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소통 방식 개혁 방안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미국 전역을 돌며 선거유세 방식의 집회를 여는 방안, 백악관 대변인의 역할 축소 등 언론 브리핑 변화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밖에 러시아 스캔들 특검에 대비하고 있는 도널드 맥간 백악관 법률고문의 사무실을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크 카소위츠 변호사가 이끄는 외곽 법무팀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법률 조언을 할 준비를 마쳤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또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트럼프 대통령 보호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차남인 에릭과 라라 부부 등 백악관 밖에 있는 가족도 지난 25일 공화당 전국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등 해법 마련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작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 대선 캠프에서 정치자문 역할을 한 배리 베넷은 "그들이 전면전에 들어갔으나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핵심은 그들이 신선한 인재를, 그리고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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