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합의 지키기 나선 日…한일 장외 신경전 치열할 듯

입력 2017-05-28 15:34   수정 2017-05-28 15:36

위안부합의 지키기 나선 日…한일 장외 신경전 치열할 듯

아베, 유엔총장의 합의 지지발언 유도…재협상론에 견제구

정부 '인권옹호' 시각서 위안부합의 검토 후 입장 정할듯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한국의 정권 교체를 계기로 한일 위안부 합의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합의를 지키기 위한 '외교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에서 만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한일 양국이 위안부 합의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대해 구테흐스 총장은 한일 합의를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의 정상이 다자외교의 최고위직인 유엔 수장과 만난 자리에서 갑자기 한일 위안부 합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선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의 최근 위안부 합의 수정 권고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읽힌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ommittee against Torture·CAT)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펴낸 한국 관련 보고서에서 2015년 12월 28일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양국 간 이뤄진 합의를 환영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 등과 관련해서는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며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아베 총리로서는 유엔 사무총장의 위안부 합의 지지 발언을 끌어냄으로써 유엔 고문방지위 권고에 물을 타려 한 것일 수 있어 보인다.

아울러 한국 새 정부의 위안부 합의 재협상 요구 가능성을 견제하려는 측면도 읽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문희상 대일특사가 지난 17∼20일 일본에 다녀왔을 때도 비슷한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함으로써 위안부 합의의 향배와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뒀다.

아베 총리로서는 유엔 사무총장의 권위를 활용해 위안부 합의가 국제사회로부터 환영받은 합의라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한국 측이 재협상 또는 파기를 추진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의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신에 보도된 국제기구 수장의 발언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는 것은 어색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한일간에는 당분간 위안부 합의를 놓고 '장외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상황에서 국제적인 인권 논의의 장에 다년간 몸담아 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취임할 경우 정부는 인권 옹호의 시각에서 피해자들을 보듬기 위해 위안부 합의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 후보자의 경우 "기회가 있으면 꼭 위안부 피해자와 만나겠다"고 공언한 만큼 취임하면 위안부 합의 타결 과정에서 소외됐다고 주장하는 피해 당사자와 지원 단체의 견해를 폭넓게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은 아베 총리와 구테흐스 사무총장 간의 면담 사례처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각국 정상 등의 지지를 확인하며 합의에 대한 '대못박기'에 나설 전망이다. 그와 동시에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등의 자국 주장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역사 문제와 한일간에 협력이 필요한 사안은 '투트랙'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라며 위안부 합의를 포함한 역사 인식 문제를 다른 한일관계 사안에 연계시키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한일간 신경전의 와중에 일본 우익 정치인의 망언 등으로 한국내 대일 여론이 급격히 악화할 경우 '투트랙' 기조가 순항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전망이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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