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에르도안 등 스트롱맨들 거론후 "양자대화 때 경계 늦추면 안돼"
29일엔 푸틴과 정상회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39) 프랑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70) 미국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한 '강렬한 악수'에 대해 입을 열었다.
마크롱은 28일자 프랑스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와의 악수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과 관련해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마크롱은 당시 상황에 대해 "그 악수는 순수한 행동은 아니었다. 진실의 순간이었다. 비록 상징적인 것일지라도 작은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꾸 언론에 얘기할만한 일도 아니다"라며 더 이상의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한 마크롱과 트럼프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브뤼셀 미국대사관에서의 첫 대면을 하면서 손을 강하게 맞잡고 긴 시간 악수를 했다.
둘의 강렬한 악수는 언론과 SNS에서 화제가 됐다. 두 정상은 맞잡은 손을 여러 차례 강하게 위아래로 흔들었는데, 막판에 트럼프가 손을 놓으려 하자 마크롱이 다시 한 번 움켜쥐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럼프의 손가락의 관절 마디가 하얗게 변할 정도였고, 둘은 지지 않겠다는 듯 이를 악물고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6초가량 악수를 이어갔다.
인사라기보다는 싸움을 하려는 투사들 같은 인상을 줬다.
마크롱과 트럼프는 세계관이 극명히 엇갈리는 데다 스타일도 완전히 달라서 만남 전부터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터라 양국 언론들은 이 악수에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마크롱은 이번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등 이른바 '스트롱맨' 스타일의 국가 지도자들을 상대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트럼프, 에르도안, 푸틴을 거론하며 "이들은 힘의 논리에 기초해있는데,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외교도 나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양자대화에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그게 바로 존중받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직설적이면서 상대방의 압박에 굴하지 않는 마크롱의 정상외교 스타일이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발현될지 주목된다. 두 정상은 파리 근교 베르사유 궁에서 29일(현지시간) 정상회의를 한다.
마크롱은 푸틴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까다로운 대화가 될 것 같다. 모든 문제를 제기하겠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이번 프랑스·러시아 정상회담은 강한 유럽연합(EU) 건설을 공언해온 마크롱과 EU의 외연 확대를 견제해온 푸틴이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는 자리로, 향후 프랑스를 비롯한 EU 측과 러시아의 관계 설정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프랑스와 독일 등 서방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EU의 결속력 강화를 견제하면서 구소련 때 자신들의 '앞마당'이었던 동유럽 쪽으로 EU가 외연을 확대하는 것에 반발해왔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배후에 있는 러시아와,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 등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프랑스 정상이 시리아 문제를 놓고어떤 격론을 벌일지도 주목된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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