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 '마약과 전쟁'에도 계엄군 투입 계획…"영장없이 검거하라"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의 토벌을 내세운 계엄령 선포를 계기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태세다.
29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주말 필리핀 남부 술루 주의 군부대를 방문해 민다나오 섬에서 계엄령을 시행하는 데 대법원과 의회를 무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군과 경찰이 필리핀이 안전하다고 말할 때까지 계엄령을 지속할 것"이라며 "나는 다른 누구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과 의회는 여기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헌법을 무시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야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3일 민다나오 섬 마라위 시에 무장반군 마우테가 침입해 주요 시설물을 점거하고 방화를 저지르자 민다나오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계엄령 선포 48시간 안에 의회에 보고해야 하며, 의회는 다수결로 계엄령을 백지화할 수 있다. 의회는 처음 60일로 제한된 계엄령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어떤 시민이라도 대법원에 계엄령 심리를 청원할 수 있다. 대법원은 청원 접수 30일 안에 계엄령의 적법성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한 견제 규정들은 1987년 도입됐다.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이 1972∼1981년 계엄령을 실시, 반정부 인사들을 탄압하며 장기 집권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민다나오 섬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데 조만간 계엄군의 일부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정부군에 반군 단체뿐만 아니라 마약사범도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새로운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인권단체들은 마약용의자 즉결처형 비판을 받는 마약 유혈소탕전에 군까지 투입하면 인권 유린과 인명피해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IS 위협이 확산하면 필리핀 전역으로 계엄령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IS 추종 반군 소탕에 투입된 장병들을 위문하며 "여러분이 (여성을) 3명까지 강간한다면 내가 저지른 짓이라고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가 인권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