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硏서 '북토크'…"기술변화 적응력, 공동체에서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박보람 김효정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할까요? 그럴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봅니다. 이제 미국은 더는 여러분의 할아버지 시대의 미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유명 칼럼니스트로 현대 미국과 세계의 변화를 예리하게 추적해 온 토머스 프리드먼은 29일 이같이 단언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가진 강연에서 최근 '러시아 스캔들'에 휘말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지금으로써는 너무나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프리드먼은 현재의 집권 여당인 공화당이 '정당'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부족'(tribe)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하야를 불러온) 워터게이트 당시 '옳은 일을 할 것이냐 아니냐'는 물음에 마주했을 때 공화당은 일어나서 그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오늘날의 공화당은) 나쁜 행동을 한다고 부족장을 버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공화당이 트럼프가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때야 탄핵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배경은 과거 '고임금 중숙련' 직업에 종사하던 미국 중산층이 시대 변화 속에서 타격을 입고 그에게 상당수 표를 던졌기 때문이라고 프리드먼은 짚었다.
그는 "1980년대 초 자유무역과 경쟁, 컴퓨터 사용이 시작되면서 숙련노동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지만, 미국은 노동력의 기술 수준을 높이지 못했다"며 "(저렴한 주택담보대출 등) 꼼수(tricks)를 써서 중산층을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계층도 결국 2000년대 중국의 자유무역 가세와 공장 이탈로 인한 일자리 감소, 자동화 등의 추세를 피해가지 못했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날 강연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프리드먼의 최근작 '늦어줘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를 소개하는 '북토크' 형식으로 열렸다.
이 책도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일과 정치, 윤리 등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가속(acceleration)의 시대'를 헤쳐나갈 방법에 대한 그의 조언을 담았다.
이미 기술의 변화 속도는 인간의 적응력을 넘어선 시점에 왔지만, 사람들 간의 '유대'(bonding)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프리드먼은 "사람들의 유대는 신뢰를 만들고, 신뢰는 공동체를 만든다"며 "적응력은 공동체로부터 생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리드먼은 NYT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현대 사회의 세계화 문제 등에 천착,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등 여러 권의 유명 저서를 펴냈다.
한편, 이날 강연장에서는 아산정책연구원 명예 이사장인 정몽준 전 국회의원이 청중 가운데 앉아 프리드먼의 강연을 들어 눈길을 끌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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