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롱샴 등, 9억명이 쓰는 메시지앱에서 판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중국 텐센트가 메시지 앱 위챗(微信·웨이신)에 럭셔리 패션 브랜드를 끌어들였다.
프랑스의 롱샴과 영국의 버버리가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시지 서비스인 위챗을 통해 가방과 옷을 팔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LVMH의 지방시와 디오르 브랜드도 위챗에서 반짝 판매를 통해 수요를 점검하고 있다.
텐센트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 전자상거래의 지배자인 알리바바에 도전하는 신호라고 WSJ은 전했다.
위챗의 럭셔리 판매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지만,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전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검색엔진 바이두는 전통적인 사업 부문에서 벗어나 결제와 소셜미디어, 전자상거래로 가고 있다.
롱샴의 장 카세그랑 최고경영자는 위챗의 핸드백 한정판매에 "고객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롱샴은 위챗에서 파는 제품을 확대하려고 검토 중이다. 카세그랑은 위챗이 "우리 매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 브랜드는 어려운 환경에서 디지털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컨설팅회사 베인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럭셔리 상품에 대한 글로벌 지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럭셔리 브랜드들은 중국 본토에서는 회복세다. 본토에서 가격을 내린 데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의 소비를 장려하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위챗의 엄청난 온라인 생태계를 이용해 럭셔리 브랜드와 함께 새로운 소매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위챗의 9억 이용자는 앱을 떠나지 않고도 영화 표를 예매하고, 택시를 부르며, 세탁물 수거를 요청하고, 각종 요금을 낸다.
온라인 판매는 위챗의 모바일지갑인 위챗페이가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이 2009년 출시한 1위 업체 알리페이에 맞서 성장하는 발판이다. 텐센트의 플랫폼에서는 위챗페이만 쓸 수 있다. 알리바바는 2014년만 해도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거의 80%를 차지했지만, 점유율은 올해 1분기 54%로 미끄러졌다. 리서치회사 어낼러시스에 따르면 위챗페이를 포함한 텐센트의 결제 시스템은 1분기에 4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알리바바는 수년간 럭셔리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에는 메이닷컴과 손잡고 반짝 판매하기도 했다.
럭셔리 브랜드보다 가격이 싼 시계 메이커 태그호이어, 보석업체 판도라와 화장품 회사 등은 알리바바의 대형 브랜드를 위한 플랫폼인 티몰(Tmall)에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은 알리바바나 라이벌 JD닷컴(징둥닷컴)으로 가는 것을 주저하는데 고급스러운 느낌을 잃어버릴까 겁내기 때문이라고 디지털정보회사 L2의 대니얼 베일리는 설명했다. 버버리는 예외적으로 2014년 티몰에 매장을 열었다.
카세그랑 롱샴 CEO는 위챗은 럭셔리 제품이 일상용품과 함께 팔리는 열린 플랫폼이 아니라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롱샴의 위챗 계정을 따르거나 QR코드를 스캔해야 이 브랜드의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L2의 베일리는 더 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위챗에서 일회성 판매가 아니라 매장을 열 때까지는 "온라인 실험이 효과적이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버버리는 시계와 보석 브랜드인 리치몬트(리슈몽)그룹의 카르티에, IWC샤프하우젠과 함께 위챗에 완전한 매장을 연 몇 안 되는 브랜드다.
르노 리터 중국 카르티에 최고경영자는 위챗의 뉴스피드에서 광고하고 이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한 시장이고 카르티에는 이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케팅회사 디지털럭셔리그룹의 파블로 마우론은 "사람들은 제품을 만지고 싶어한다. 어떤 브랜드와 관계를 맺지 않은 소비자가 위챗에서 2천 달러 짜리 시계를 살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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