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바그다드~암만 고속도로 미국식 유료 고속도로로 개선"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이라크 바그다드와 요르단 암만을 잇는 사막 고속도로를 미국식 유료 고속도로로 개선하는 사업을 놓고 미국과 이라크, 이란의 셈법이 복잡하게 갈려 있다.
미국은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이 마무리되면 이라크의 경제 개발을 촉진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기존 이라크~요르단 고속도로를 미국 뉴저지 유료 고속도로처럼 주유소와 휴게소, 카페, 요금소를 갖춘 도로로 만드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NYT)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라크 최초의 유료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민간 보안회사인 올리브 그룹과 이라크가 협정을 맺도록 지원했다.
이라크 내에서 벌이는 사업임에도 이를 놓고 미국과 이란 간에 지정학·종파주의적 문제와 긴장이 조성됐다. 이란은 자국의 문 앞에 미국의 영향력을 끌어들이려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업이라며 사업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란과 연계된 이라크 민병 조직 지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라크군 훈련과 대테러 임무를 구실로 미군을 이라크에 남겨두려 할 경우, 미군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이들은 미국이 구상하는 바그다드~암만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특별히 지목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이라크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친미적 입장을 견지한 지도자다.
반면 저명한 시아파 지도자이며 전직 의회 의원인 이자트 샤흐반데르는 고속도로 사업에 반대 입장을 주도하고 있다. 샤흐반데르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조직들이 이라크 정규군보다 세력이 더 강하다고 주장하며 고속도로 사업이 확정되면 이란이 아바디 총리를 축출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WP는 두 명의 미국 외교관들을 인용, 고속도로 협정은 두 가지 목적을 충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나는 고속도로 대부분의 구간이 지나는 안바르 주의 경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수니파가 다수인 안바르 주 주민들은 시아파 주도 중앙정부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또 한가지 목적은 시아파 이란의 영향력을 떨쳐내기 위한 것이다. 이라크 내 이란의 영향력 확장은 사우디와 터키 등 미국의 수니파 우방국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세부 사업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아바디 총리는 고속도로 개발사업을 올리브 그룹에 맡겼다. 사업 계획에는 안바르 주 서부의 교량 정비, 1번 고속도로로 불리는 바그다드~암만 고속도로 개선, 주유소와 휴게소 및 노변 카페 설치 계획 등이 들어있다. 민간 사업자의 고속도로 안전 순찰 업무도 포함됐다.
이라크에서는 이밖에 사우디 국경에서 카르발라를 거쳐 바그다드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 남부 항구 도시 바스라에서 바그다드까지 잇는 고속도로, 시리아 국경과 바그다드 구간 고속도로 등 3개의 유료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두고 친이란 민병조직과 연계된 이라크 언론 매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라크를 점령하기 위한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보는 음모론을 내보내고 있다. 고속도로 사업에 관련된 미국 보안회사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산하 회사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라크의 유력 민병조직은 제1차 세계대전 시기 식민 강대국들의 중동 분할 합의인 사이크스-피코 협정을 들먹이며 미국의 이라크 분할 음모라고 주장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올리브 그룹의 모회사인 콘스텔리스의 크리스티안 론노 부사장에 따르면 전쟁 이전 평시에 바그다드~암만 고속도로는 하루 1천500대의 화물차가 오가던 중요한 상업 통로였다. 고속도로를 통한 무역 규모도 월 10억 달러에 달했다. 그는 "이라크와 요르단 국민이 '경제 생명선'이라는, 있는 그대로 보아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바르 주의 유력 부족 지도자인 셰이크 아흐메드 타하 알완은 "이 사업이 안보와 경제 두가지 측면에서 안바르 주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bar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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