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법률직 인선 난항

입력 2017-05-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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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법률직 인선 난항

트럼프호 승선 평판 손상 우려, FBI 국장 후보 잇단 고사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취임 4개월여가 지났지만 연방 정부 내 수백 개 법률직 고위 공무원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유명 변호사 등 상당수 법률가가 정부 직책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럽 순방 중 브뤼셀 소재 미 대사관에서 밤을 보냈으나 모두 대사가 없어 텅 빈 상태였다고 한다. 벨기에와 유럽연합(EU),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미국 대표가 모두 아직 임명되지 않은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고위직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비좁은 인재 풀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반(反)트럼프 분위기로 이미 인재 풀이 좁아진 데다 취임 후에도 러시아 내통 의혹 등 각종 법률 분쟁이 겹치면서 법률가들이 트럼프호 승선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해임 이후에는 악화하는 여론 속에서 사태를 관망하는 분위기도 있다. 자칫 트럼프호에 승선했다 법률가로서 평판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미 국장 해임 과정에서 코미 국장에게 충성 서약을 요구했다거나 보좌진에 대한 러시아 내통 의혹 조사를 완화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등의 대통령의 몰법률적인 처사가 드러나면서 조야의 법률가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하면서 '미쳤다'고 폄하한 것도 조야의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트럼프의 '도발적인' 언행을 감싸야 하는 부담도 원칙을 중시하는 법률가들에게는 큰 스트레스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후임 FBI 국장으로 유력시되던 조 리버먼 전 상원의원 역시 트럼프 행정부 측의 제의를 극력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장 후보로 면접을 본 다른 6명의 후보도 막판 국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고위 법률직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주요인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빚어진 공화당 내분 때문이다. 당시 공화당 지도부 상당수가 반트럼프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당내 변호사와 전직 고위관리 상당수도 반트럼프 입장을 표명했다.

일부는 트럼프 당선 후 입장을 바꿨으나 대선 당시 반트럼프 태도로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상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한 결정 탓도 있다. 취임 이후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임명된 40여명을 포함한 93명의 연방검사에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했으나 후임자를 임명치 못해 공백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주무부서인 법무부도 고위법률직 자리가 아직 빈 상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보좌관들이 러시아 내통 의혹 스캔들에 대한 조사에 대처하기 위해 각기 개인 변호사를 요청하면서 변호사 난이 심화하고 있다.

이익상충의 문제도 있다. 정부 변호사들은 전통적으로 1년간 자신이 이전에 일했던 법률회사의 고객들에 대한 조사에는 관여치 않는다. 유력 후보지만 이러한 자격 요건에 걸려 탈락하는 경우도 있다.

코미 국장의 해임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副)장관의 경우도 트럼프 행정부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다.

로즌스타인은 30여 년 간 공직 생활을 통해 강직한 법집행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트럼프의 코미 국장 해임 건에 연루되면서 한순간에 평판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상원의 인준을 거쳐 임명한 법무부 고위직은 제프 세션스 장관과 로즌스타인 부장관, 그리고 레이첼 브랜드 차관등 3명 뿐이다.

사법부의 경우 닐 고서치 대법관과 아물 타파르 제6 순회 판사 등 2명만이 인준을 거쳤으며 129명의 연방법관이 공석 상태다. 93명의 연방검사 임명은 아직 인선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는 오리무중인 상태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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