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학생들 탈의실 없어 화장실에서 옷 갈아입는다

입력 2017-05-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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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학생들 탈의실 없어 화장실에서 옷 갈아입는다

중학교 48.6%·고교 56.8% 없어…일부는 '있으나 마나'

(춘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남녀공학인 강원 춘천의 A 중학교 2학년 남학생들은 체육수업을 앞두고 화장실로 뛰어가 옷을 갈아입는다.


옷을 보관할 라커룸이 따로 없다 보니 교복 상의와 하의는 화장실 문에 걸어놓고 나간다.

화장실 공간이 부족하면 다른 층의 화장실로 뛰어가기도 한다.

같은 시각 여학생들은 교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학생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은 탈의실 문이 잠겨 있을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탈의실이 잠겨 있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화장실 문에 교복 상·하의를 걸어두고 나가곤 하는데 그것도 붐벼서 다른 층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학부모도 "남녀공학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탈의실은 학생 인권의 문제와도 관련 있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탈의실에서 흡연 흔적이 발견돼 화재 사고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학생이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잠가 두지만, 체육수업이 있을 때는 열어둔다"고 해명했다.

강원도교육청이 남녀공학을 추진하는 춘천의 B 여중학교는 탈의실이 아예 없어 체육수업이 있을 때마다 학생들은 화장실이나 교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다.

남녀공학인 춘천의 C 고등학교는 여학생용 탈의실은 있지만, 남학생용은 갖춰져 있지 않아 2주씩 번갈아 가며 이용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여학생이 2주간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면 그 기간 남학생은 다른 공간을 찾아 옷을 갈아입고, 2주 후 서로 교대하는 식이다.

사단법인 인권정책연구소가 조사한 '2016 강원도 학생생활문화 및 학교구성원 인권실태조사'를 살펴보면 도내 중학생의 48.6%가 '탈의실이 없다"고 응답했다.

고등학생은 56.8%가 탈의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히 특성화고의 경우 학생 65%가 탈의실이 없다고 응답했다.

탈의실이 설치돼 있더라도 활용도가 떨어지는 문제점도 있다.

대부분의 학생은 탈의실 위치를 알지 못하거나 청결 문제나 거리 등의 이유로 탈의실 이용을 기피하는 것이다.

강원교육청은 매년 예산 1∼2억원을 투입해 탈의실 설치를 지원하지만, 탈의실을 설치할 빈 교실이 없는 학교는 신청조차 하기 힘들다.

도 교육청은 "학교별로 남녀용 탈의실을 설치하도록 매년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지원하고 있다"면서 "탈의실 설치예산을 지원하고 나서 학생들이 불편 없이 사용하는지 따로 확인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교육청은 도심의 신주거지 중학교로 학생들이 쏠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내 45개 남자 중학교와 여자 중학교를 2019년까지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dm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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