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7개월 만에 정상회담 성사…300년전 표트르대제 방문한 베르사유궁에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유라시아 대륙의 '맞수'인 프랑스와 러시아 정상이 양국 수교 300주년을 기념해 29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이 하려던 정상회담이 시리아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전격 취소된 지 일곱 달 만에 다시 성사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 이후 푸틴과 회동하는 첫 서방국가 정상으로,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요구들을 푸틴을 상대로 얼마나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마크롱과 푸틴은 나토와 G7이 주요 의제로 다룬 시리아·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의 역할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마크롱은 28일 G7 타오르미나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의 직접 대화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국제 문제들이 산적해다"면서 "러시아와의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크렘린궁의 유리 우샤코프 외교보좌관도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러시아와 프랑스에 매우 중요한 자리"라면서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관해 솔직하고 흥미로운 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 등 서방과 러시아가 갈등해온 대표적인 난제 중 하나다.
프랑스와 독일 등 EU는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한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뒤 대(對)러시아 제재를 단행해 이 제재를 지금까지 확대·연장해 왔다. 현 제재는 오는 9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러시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러시아가 유럽 농산물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로 맞서면서 프랑스 농가도 타격을 입었다.
특히, 마크롱이 지난 G7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혀 푸틴과의 대화에서 어떤 논의가 오갈지 주목된다.
마크롱과 푸틴은 지난 18일 통화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우크라이나·독일·프랑스 4자회담('노르망디 형식회담')의 틀 내에서 협력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 바 있다.
시리아 문제도 두 정상 간 격돌이 예상되는 주제다.
시리아 반군세력을 지원해온 서방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비호해온 러시아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으로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이번 회담은 마크롱이 대선 직후 푸틴을 프랑스로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푸틴과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에서 지난 10월에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었지만, 올랑드가 러시아의 알레포 공습을 전쟁범죄라고 비난하자 푸틴은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이번 회담은 강한 유럽연합(EU) 건설을 공언해온 마크롱과 EU의 동진(東進)을 견제해온 푸틴이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는 자리로, 향후 프랑스를 비롯한 EU와 러시아의 관계 설정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롱과 푸틴의 만남은 양국의 수교 300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올해는 러시아의 근대화를 주도하고 유럽에 러시아를 개방한 제정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가 프랑스를 방문한 지 300주년이다.
두 정상은 표트르 대제가 방문했던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전의 그랑트리아농 성에서 여러 난제를 놓고 담판을 벌인다.
둘은 앞서 그랑트리아농 성에서 마련되는 러시아 국립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초청전시도 함께 둘러볼 예정이며, 푸틴은 정상회담 직후 파리 에펠탑 인근의 러시아 정교회 문화센터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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