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주산지 진도에선 대파 성장률 반 토막, 상품성↓
(신안=연합뉴스) 박성우 기자 = "하루 이틀 새 비가 오지 않으면 6만 평에 논에 모내기를 다시 해야 할 판입니다."
전남 신안군 압해읍 숭의 마을 농민 최학송(70)씨는 30일 "수십 년 농사에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며 "모내기를 다시 해야 하다니 하느님도 무심하시다"고 장탄식을 했다.
최씨는 지난달 15일 마을 앞 6만 평의 논에 모내기를 마쳤다.
통상 모내기는 6월 중순까지 하지만 부지런한 최씨는 매년 해오던 방식대로 일찌감치 모내기를 끝냈다.
그러나 모내기 후 단 1차례로 비가 오지 않아 모들이 말라 죽어가는 장면을 지켜봐야만 하는 처지이다.
숭의 마을 들녘은 간척지를 개간한 논이어서 주변에 저수지가 없는 그야말로 완전한 천수답이다.
최씨는 "갓 심은 모가 말라 죽어가고 있지만 물을 구할 방법이 없어 하늘만 쳐다만 보고 있다"며 "하루 이틀 정도 기다렸다가 비가 오지 않으면 모내기한 논을 모두 갈아엎고 다시 모를 심는 수밖에 없다"고 고통스러워했다.
물이 귀해 모내기 작업에 동원된 이앙기 등 농기구의 청소도 못 하고 있다.
"차라리 좀 기다렸다가 모내기를 했으면 이런 참담한 사태는 없었을 것 아니냐"며 자신의 부지런함을 자책하기까지 했다.
모를 다시 심는 문제도 쉬운 일이 아니다.
못자리를 새로 만들어 모를 키워야 하는데 주변에서 못자리용 물조차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마을에서 물을 끌어오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주지도 않을뿐더러 준다 해도 끌어올 방법도 마땅치가 않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결국 다른 곳에서 어린모를 사와 심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씨는 "그렇지만 이 경우 영농비가 최소 3배 이상 더 든다. 차라리 농사를 포기하고 싶다"며 목이 메었다.
모를 자가 생산할 경우 못자리 1판당 1천원선이면 충분하지만 외부에서 사 올 경우 3배가 비싼 3천500원을 줘야 한다.
여기에다 이번 모내기에 들어간 비용 볍씨대와 인건비 등 영농비 3천5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최씨는 "군이 최근 마을 앞 들녘에 간이 저수지 건설 공사를 하고 있지만, 용량이 적어 이런 가뭄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 같다"며 "보다 항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가뭄으로 인한 애타는 농심은 밭작물도 예외가 아니다.
전국 최대 대파 주산지인 진도군 임회면 송정 마을 김호열(72)씨도 "평생에 이런 가뭄은 처음으로 1천 평 대파 농사가 폐농위기에 놓여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지난달 파종 이후 지금까지 단 1차례도 비가 오지 않는 등 가뭄이 점점 심해지면서 대파의 성장률이 반 토막이 난 상태에서 현재는 윗부분이 모두 하얗게 말라죽어 가고 있다"고 비통해했다.
그는 "현재 대파는 사람으로 말하면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실정으로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든 상태"라며 "설령 비가 와서 가뭄이 해갈되더라도 상품성이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마을에 저수지가 있지만 최근 둑을 높이는 공사를 하느라 물을 모두 빼내는 바람에 물을 구할 수도 없다"며 "지금 진도 대파 농사의 운명은 오직 하늘에 달려 있을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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