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화폐박물관 김세진씨…5천여종 6만∼7만개 소장
10대 때 상경해 궂은 일해 번 돈으로 화폐 수집 '정성'
(진천=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100원짜리 지폐 한장이 그토록 갖고 싶었던 가난한 어린시절의 기억 때문에 화폐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이제 어엿한 화폐박물관까지 문을 열었어요"
충북 진천군 장관리 17번 국도변에 지난 12일 '진천 화폐박물관'을 개장한 김진세(60) 대표는 5천여 종의 화폐 6만∼7만여 개를 소장하고 있다.
이 박물관에는 2천여년 전 고조선 시대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폐에서부터 고려 시대의 건원중보, 동국중보, 삼한통보, 조선 시대의 상평통보, 조선통보 등이 전시돼 있다. 일제 강점기에 발행한 고액의 화폐와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것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각종 화폐를 갖추고 있다.
로마의 금·은화와 중국 당나라가 개국하면서 만든 개원통보 등 세계 100여개국의 화폐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박물관에는 북한의 화폐도 다량 전시돼 있다.
이렇게 많은 화폐에는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가 화폐 수집을 시작한 것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10대 때 서울로 상경해 종이 상자 제작 공장 등에서 일을 했다.
20대 초반부터 허리띠를 제작해 판매하는 장사를 시작하면서 생활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고향에서 살던 어린 시절에는 1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갖는 것이 정말 소원이었다. 장사해서 돈을 좀 번 뒤 어려웠던 시절이 생각이 나서 이미 구권(舊券)이 돼 버린 1960년대의 100원짜리와 500원짜리 지폐를 구입하고,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가 화폐를 모으기 시작한 계기다.
그는 "특별한 취미도, 좋아하는 일도 없어서 화폐 모으기를 시작했다"며 "그동안 번 돈 대부분은 경매나 화폐 수집상 등을 통해 각종 화폐를 모으는 데 사용했다"고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소장한 화폐 가운데 억대를 호가하는 것도 있지만,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화폐는 그가 처음 구매한 1960년대 100원권과 500원권 지폐다.
그는 "화폐 수집을 하는 재미에 빠져 평생 힘든 줄도 모르고 일을 했고, 비싼 음심이나 좋은 옷을 한 번도 욕심내지 않았다"며 "이렇게 평생을 살다 보니 수만개가 넘는 화폐를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집한 화폐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몇 년 전에 공장 터로 구입한 곳에 박물관을 지었다는 그는 "하루 200∼300여명이 박물관을 찾는 것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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