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찬 피의자 걷어차고 머리채 잡아 끌기도
인권위 "어려움 있지만 폭행 등 지나친 행위는 직무규칙 위반"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권영전 이효석 기자 = 피의자·용의자 검거 과정에서 경찰이 부당하게 폭력을 행사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시정 권고를 받은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과거 인권위 권고 결정문을 보면 경찰이 연행·검거 과정에서 폭행을 가해 인권위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은 사례는 2010년 이후 확인된 것만 4건이다.
한 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2011년 9월 주점에서 술값 지불 문제로 다투다 출동한 경찰관을 밀어 넘어뜨린 혐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A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여 A씨에게 골절 등 전치 42일의 상해를 입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이 경찰관은 A씨가 체포돼 수갑을 찬 이후에도 발을 걷어차 넘어뜨리는 등 보복성 폭행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2013년 3월 현행범 체포된 B씨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B씨가 욕설을 하고 위협하자 B씨의 팔을 때려 제압하고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간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2013년 6월 70대 노인 C씨를 현행범 체포하면서 양팔로 뒷목을 누르거나 양팔을 꺾는 등 다소 폭력적인 방식을 썼다.
한 파출소 경찰관은 2014년 6월 현행범으로 체포된 D씨가 경찰서로 인계되는 과정에서 저항하자 D씨의 양팔을 잡고 무릎이 땅에 끌리도록 끌고 갔다.
이들 진정 사건을 조사한 인권위는 해당 경찰서장 등을 상대로 재발방지를 위한 인권교육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들 사건에 대해 "경찰관이 술에 취한 피의자 등 폭언과 폭행을 감수하고 제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폭행 등 지나친 행위를 하는 것은 경찰관 직무규칙을 어기고 헌법이 보장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연행·조사 등 과정에서 폭행 또는 가혹행위를 했거나 수갑 등 장구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내용으로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은 2012년 280건에서 2013년 348건, 2014년 347건, 2015년 336건으로 매년 250∼350건 수준을 보인다.
같은 내용으로 실제 인권위 권고·징계권고를 받거나 법률구조·합의 종결된 사례는 2012년 8건, 2013년 22건, 2014년 8건, 2015년 24건이었다.
지난 27일에도 서울 성동경찰서 경찰관들이 무고한 시민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용의자로 오인해 검거하는 과정에서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서울지방경찰청이 감찰에 착수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은 명백한 형사범죄로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경찰이 시민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문제인 만큼 이런 일이 있을 때 엄단해 경찰 전반의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용의자가 도주하려 하거나 경찰을 공격하려 할 때 제압할 수단이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며 "결국 사건 초기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현장 경찰관이 잘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뒤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무고한 시민이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형사들이 무리하게 자백을 받으려는 등 목적으로 독직폭행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용의자를 잡으려다 벌어진 일인 만큼 일단 감찰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감찰조사가 끝나고 이번 일의 진상이 확인되면 전국 경찰관서에 용의자 검거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없도록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내고, 일선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하는 등 후속조치를 할 계획이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